하야마 아마리
어찌 보면 에세이는 근본적으로 이해를 요하는 자아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응어리 진 나의 토로. 나의 생각이 어떠했고, 견해가 저떠했다. 무엇을 느꼈고, 이것을 배웠으며, 저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런 것들 따위에 대한 이해를 구하거나 납득을 요하는 글.
"29살에 죽기로 결심했다"는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그려지는 건 뻔한 결말이다. 결국 화자는 삶의 동력을 찾고,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리라는. 정말로 29살에 죽었다면 - 그건 문학적으로는 흥미로웠겠지만 - 무엇보다도 이미 죽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펼쳤다. 이해와 공감, 그리고 어쩌면 떠나고자 했던 이유에 대한 변명이 필요해서.
글을 읽는 건 이토록 사적인 행위다. 사람은 내적인 계기로 책을 집어 들고, 기꺼이 설득당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글을 읽는 한 삶에는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