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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메리 Dec 05. 2022

비전공자가 IT에서 '일' 찾기 1

서비스 기획,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이 너무 많아

"저희와 함께 할 PM을 구합니다."

"Front-End 개발을 함께할 분을 모십니다."

"QA로써 Product 품질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비전공자가 채용공고 사이트에서 IT 관련된 직군을 검색하면 볼 수 있는 말들 중에 몇 가지를 추려서 각색해보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비전공자 중 저기에 있는 말을 한방에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전공자는 저게 외계어(?)인가 할 것이다. 그렇다. 그게 정상이다.


이전 글을 읽어보신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솔직히 나 역시도 한참을 IT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도전해보려고 채용공고를 딱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모르던 직군이 이렇게나 많이 생겼구나 싶어 꽤 당황했었다.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랬는데, 하물며 아무 정보도 없는 대부분의 비전공자에게 채용공고의 JD (Job Description)을 보고 공부할 범위를 준비하라는 것은 그냥 계란으로 바위 치라는 말과 같다.


물론 정보력을 보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각종 서치 엔진을 뒤져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학원이나 광고서 추천하는 커리큘럼에 나를 맡기는 것만이 최선인 걸까?


그래서 내가 IT로 전직하고 나의 '일'을 찾으며 발견한 나름의 분류법을 바탕으로 IT의 다양한 포지션에 대해 조금씩 소개해보고자 한다. 물론 나만의 분석법이고 전공자 또는 이미 실무에서 근무 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실무와는 조금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학원 또는 커리큘럼을 선택하기 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서비스 기획이랑 일반 기획이랑 뭐가 달라?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대학 동기와 전화 통화를 했었다. '너 요새 뭐하냐?'라는 질문에


"IT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하고 있어."


라고 답했더니, '서비스 기획이 뭐야? 일반 기획이랑 뭐가 달라?'라고 되물었다. 보통 IT 업계에서 일을 안 하고 있다면 당연히 저렇게 물어볼 법한 게 일반적인 회사에서도 기획 직군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의 기획팀 김대리와 IT회사의 서비스기획팀 박 대리가 하는 일이 대체 뭐가 다른지, 가장 쉽게 확인해보려면 채용 공고를 뒤져보는 게 빠를 것 같으니 각 회사의 채용 공고를 좀 살펴보자.



OO산업 기획팀에서 함께 하실 분을 구합니다



다음은 제조업계의 선두주자, OO산업의 기획팀 채용공고 중 일부다.


OO산업 기획팀 채용공고

[직무내용]

- 전반적인 신규 상품 및 기존 상품 프로젝트 일정 관리 및 진행

- 상품 기획을 위한 소비자 및 시장 조사와 분석

- 상품 관리 및 생산/감리 협력업체 일정 조율 및 커뮤니케이션

- 상품 손익/매출 조사와 분석 및 관리


잘 살펴보면 '상품', '관리', '조사와 분석', '일정',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눈에 자주 띌 것이다.

즉, 기획이라는 업무는 회사의 '상품'이 잘 만들어지기 위해 다양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해진 '일정'내에 출시하도록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품질과 이익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관리'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그럼 이어서 IT 회사의 서비스 기획 직군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도록 하자.



매일 성장하는 스타트업, OOO입니다!



이번에는 최근 차세대 커머스 플랫폼으로 크게 성장한 IT스타트업 기업인 OOO의 채용공고 중 일부다.


스타트업 OOO 서비스 기획/PM 채용 공고

[직무내용]

- 자사 플랫폼 Product 기획

- 경쟁사 분석, 마켓 리서치, VOC 분석을 통한 서비스 개선 방향 및 BM 도출

-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프로세스 고도화 및 일정 관리

- UX적인 관점에서의 개발/디자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앞서 살펴본 채용공고와의 공통점을 먼저 찾아보자.

'상품(Product)', '관리', '조사(Research)와 분석', '일정',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이번에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서비스 기획도 앞서 정의한 일반적인 기획 업무와 같은 맥락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비전공자들도 IT업계에서 서비스 기획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럼 이번에는 차이점을 찾아보도록 하자. (여기에서는 업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뜻이지만 표현하는 단어가 다른 경우는 포함하지 않도록 하겠다.)

'개선', '고도화', 'UX'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면 매우 잘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스마트폰을 꺼내 앱 스토어든, 구글 플레이스토어든 한번 들어가 보자. 내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앱들 중 업데이트가 필요한 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앱을 탭 하여 상세 내용을 보면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IT업계에서의 '개선 또는 고도화' 란 일반 업계에서 이루어지는 개량 또는 개선에 비해 그 주기가 어마어마하게 짧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생태계 특성상 사용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IT업계에서는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고 사용자의 요구를 따라잡기 위해 수없이 많은 개선과 고도화를 짧은 주기에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서비스 기획자는 일반 기획자에 비해 짧은 주기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개선'과 '고도화'를 수행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UX'는 무엇일까?

영어로 풀어쓰자면 User Experience, 즉 '사용자 경험'을 말한다.

이걸 듣고 나면 일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른 업계에서도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험'과 다른 게 무엇인지 좀 알쏭달쏭할 것이다. IT 업계에서 말하는 '사용자 경험'이란 일반 업계에서 말하는 '경험'과는 조금 결이 다른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반 업계에서의 사용자는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을 생산할 수 없다. 일단 제품이 만들어지고 출시가 되어 판매가 시작된 뒤에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사용자 경험'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사용자 경험'의 일부인 피드백을 출시와 동시에 실시간에 가깝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흥망성쇠 역시 실시간에 가깝게 판별이 나게 된다. 그렇기에 IT 업계에서는 이런 '사용자 경험'을 다양한 가상의 사용자 설정 및 예상 사용 시나리오 등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단계가 기획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즉, 서비스 기획자는 일반 기획자에 비해 '예상'되는 사용자를 사전에 특정하고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예측'을 바탕으로 개발자 및 디자이너와 함께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럼 서비스 기획자랑 PM이랑 PO는 뭐가 달라?


여기서부터는 좀 심화 과정이다.

자, 이제 대충 일반 기획자와 서비스 기획자가 어떻게 다른지는 알아봤다. 근데 채용공고를 몇 개 더 뒤져보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또 보인다.


"저희와 함께 하실 서비스 기획/PM을 모십니다."

"PO로써 프로덕트를 관리하고 개선해나가는 일을 하시게 됩니다."


서비스 기획을 알았다 싶었더니 이제는 알 수 없는 약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저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경력이 많은 사람들만 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한 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선 저 약어를 풀어보자.


PM은 Project Manager의 약자다. 말 그대로 '프로젝트 관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IT에서의 '프로젝트'는 앱, 웹 서비스를 뜻하고 '관리자'는 모든 일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 단계의 진척 상황을 파악하고 감독하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즉, PM이란 앱이나 웹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있어서 해당 프로젝트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럼 여기서 검색이나 관련 서적으로 정보를 좀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닌데요? PM은 Product Manager의 약자인데요?

맞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앱이나 웹 서비스를 단발성의 프로젝트성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계속 유지보수 및 관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지속성 있는 상품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P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단발성과 지속성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뤄 보도록 하겠다. 지금은 저 정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고만 느끼면 된다.


그럼 이번엔 PO다. Product Owner라는 말의 약자인데 그냥 직역하면 '상품 소유자'가 될 것이다. 일단 IT에서의 상품이란 당연히 앱, 웹 서비스일 것이다. 근데 이걸 소유한다ㅡ라는 개념이 많이 이상할 것이다. 앱 하고 웹 서비스는 회사 대표님꺼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여기서 말하는 '소유'라는 개념은 개인의 사유물로서 취급한다는 것이 아닌 내가 이 '상품'을 소유한 '주인(Owner)'처럼 '주인의식(Ownership)'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것이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더 와닿을 것이라고 본다.

즉,  PO란 이미 앱과 웹서비스는 존재하는 상황이고 이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정리해보면 PM은 새롭게 앱과 웹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관리하는 것에 가깝고 PO는 이미 만들어진 앱과 웹서비스를 발전시키는 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더욱 상세히 파고들면 끝이 없지만(!) 일단 저 차이를 알면 내가 저 회사에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구나 라는 느낌이 채용공고만 봐도 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실무를 해보니 국내에서는 PM과 PO를 딱히 구분 짓고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신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PM으로 일을 하다가 이것이 정착되면 자연스레 PO로 가는 경우도 많으니 일단은 채용공고 기준으로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느끼고 자신감이 붙었다면 뭐든 도전해보길 바란다.




이쯤 되면 IT 서비스 기획에 관련된 채용공고를 보더라도 예전처럼 울렁증(?)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전직해서 뭐 할 건데?라고 질문을 받아도 서비스 기획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요새는 학원 같은 데서 PM과정이 있다고 들었다.

무엇을 가르쳐주는지 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안타깝게도 사실 서비스 기획에 대해서는 이론 비슷한 것은 많아도 정확하게 실무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표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도 다녔던 회사마다 요구하는 내용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서 양식조차 다 달랐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실무서 보통 어떤 순서로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는지, 대략적인 흐름을 엿보도록 하겠다. 흐름이라도 알면 서비스 기획으로 전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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