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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May 09. 2023

키자니아가 전부는 아니야

직업 말고 꿈

 두 딸을 데리고 키자니아에 다녀왔다. 전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는 첫째 준이는 처음 가는 동생 손이에게 으스대며 키조에 대해 설명했다. 손이는 키자니아가 처음이었는데 방글방글 웃는 손이의 하얀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나 역시 키자니아는 처음 가는데 가장 걱정되는 건 내 체력이었다. 생각해 보니 더 어릴 때도 혼자 두 명을 여기저기 거뜬히 데리고 다녔는데 최근에는 기력이 달려 집에만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하는 엄마와의 데이트인 만큼 즐겁게 해 주자고 스스로 파이팅 하고 길을 나섰다. 키자니아로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준이는 미용사가 될 거라고 했고, 손이는 아직 생각 중이라고 했다. 키자니아에서 여러 가지 체험해 보면 커서 뭘 할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해 주었다.


 

 키자니아는 환상적이었다. 내가 우리 아이들만 할 때 가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만큼. 어릴 적 고작 내 주변 어른들의 직업, 책이나 TV에서 보던 직업이 내가 아는 직업의 전부였다. 키자니아에서 직접 보고 체험해 봤다면 조금 더포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직업탐색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두 딸을 키우며 세상 정말 좋아졌다, 너넨 좋겠다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우리 엄마도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 좋아졌다." 도돌이표 같은 인생어록 넘버원이 아닐까.  세상은 날로 좋아지는데 내가 아이들을 세상에 맞추어 잘 키우고 있는지 가끔 자문해 본다.




 키자니아에서 아이들은 대한항공만 2번 체험했다. 처음엔 승무원은 자리가 없어서 둘 다 조종사 체험을 했다. 두 번째는 마감시간이라 원하는 걸 할 수 있었는데 준이는 조종사, 손이는 승무원 체험을 했다. 아이들이 모형 비행기를 타러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며칠 전 세바시에서 본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강연이 생각났다. 방송인 타일러는 에 관해 강연을 했다. "커서 뭘 하고 싶니?"라고 한국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묻는 꿈이란 장래 직업으로서의 꿈이다.  뭘 하고 싶냐고 물었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레 뭐가 되고 싶냐고 받아들이고 의사, 연예인, 변호사 등을 나열한다. 타일러의 강연에서도 어린이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비행기가 되고 싶은' 아이의 꿈을 기장으로 정의하고 그 박스에 아이를 가두는 것은 바로 어른들이었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아이들도 자연스레 박스에 가두는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고'싶은지 물어봐야 한다. 식당에 가면 로봇이 쌀국수를 만들고 키오스크가 일상화되어 점점 사람과 대면할 일이 줄어든다.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답습했던 것들을 전수하는 것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만큼 위험할지도 모른다. 남편은 서울에서 일하지만 사무실에서 영어를 쓰는 일이 흔하고, 미국에 있는 직원들과 화상회의도 자주 한다. 아이들에게 늘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너희가 살아갈 세상은 한국사람만 있는 세상이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는 세상이다.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문제와 시련을 지구촌 사람들이 모두 합심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지구의 문제를 이웃나라, 먼 나라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데 그래서 타일러는 우리는 박스에서 나와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봐야 한다고 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해졌다.



 집에 가는 길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오늘 키자니아에서 여러 가지 체험해 보니 어땠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니?"

"나는 미용사랑 네일숍 할 거야."

준이는 네일케어 체험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나는 모르겠어. 동물병원이랑 치즈 만드는 거랑 조종사랑 좋았어."

손이는 아직 정하지 못하고 좋아진 게 많아졌다.

"준이랑 손이 하고 싶은 게 늘었네. 모두 다 할 수 있어. 너희들의 직업은 한 개가 아니야. 여러 개를 동시에 할 수도 있고, 하나씩 해나갈 수도 있어. 크면서 하고 싶은 게 또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우리 아이들의 꿈이 직업으로 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키자니아에서 직업 체험을 했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은 키자니아 밖에 훨씬 많다는 것을 또 알려주어야겠다. 그리고 자꾸자꾸 물어봐야지.

"커서 뭘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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