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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Nov 27. 2022

쿠팡물가만 아는 남편

크리스마스트리가 20만원이라고?

쿠팡물가만 아는 남편

설거지를 하며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다가 문득 올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꼭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다칠까봐 큰 트리는 못하고 선반에 올려놓는 미니트리 아쉬움을 달래던 시절은 지나간것이다. 봄이면 딸기잼을 만드는 루틴처럼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장식하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달까. 그렇게 크리스마스 트리 검색이 시작되었다.


무언가를 살때 가장먼저 따지는 것은 역시 가성비다. 그런데 트리라는 것은 한번쓰고 버릴것도 아니고 이제부터 매년 이맘때쯤이면 꺼내어 쓸 것이니 썩 괜찮은 걸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트리는 가심비다. 하지만 마구 눈높이를 높일 수는 없고 적당한 기준을 잡아야한다.


검색창에 트리를 치고 적당한 사이트를 찾아 둘러본다. 콤보박스엔 선택해야할 종류가 너무 많다. 어디보자. 일단 트리 사이즈를 정한다. 아담한 120cm는 어쩐지 아쉽다. 트리는 커야 제맛이지. 180cm가 딱 예뻐서 욕심이 난다.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1. 30평대에 적합한 것 중 우리집은 짐이 많으니 150cm 선택.

2. 나무 스타일은 소나무, 전나무, 파인트리 중 전나무 선택.

3. 소재는 PVC와 PE중 PE비중이 많은 혼합으로 결정.

4. 옵션으로 전구를 선택하라고? 유행하는 지네전구로 선택.

5. 개수를 선택하라고? 200구짜리 3개 선택.

심플하게 썼지만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 각종 사이트와 후기를 얼마나 읽었는지 모른다. 뭘 사려면 공부해야하는 세상. 장바구니에 담으니 20만원이 훌쩍 넘었다. 너무 놀라서 다른 사이트를 찾아봤다. 저렴하면 퀄리티가 낮거나 후기가 좋지 않았고, 좋아보이면 여지없이 비쌌다. 시세를 반영해 적당한 가격에서 타협해야하는 시간이 왔다. 곰곰 생각하다 전구를 포함해서 16만원으로 결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싼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30분이었다. 육퇴하고 남편 이야기 조금 나누고 남편을 먼저 침대로 보내고나서 시작한 쇼핑이었다. 출근해야하는데.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일단 자자.


바빠서 한동안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장바구니를 열어봤다. 이럴수가. 구매불가 상태로 품절이었다. 다시 사이트에 가보니 빠른 배송은 모두 마감됐고 12월 발송예정이고 금액도 더 비싸졌다. 뭐든 오늘이 제일 싼 세상. 고민은 배송만 늦추는 세상. 정신을 가다듬고 비슷한 퀄리티의 비슷한 가격대를 찾아본다. 없다. 정말? 모르겠다. 없다. 이쯤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러다 점점 가격이 오를 것 같다. 몇 년 전 사고싶던 집의 집값이 오르던 때랑 비슷하다. 더욱 조급해진다. 합리화의 시간을 가져본다. 가격을 사용기간으로 나누어보면 하루에 사용하는 금액이 나온다. 일찍 사서 오랫동안 사용하면 이득이라는 말이다. 비슷한 구성과 퀄리티를 찾으니 24만원이 나온다. 피곤하다. 키즈노트도 확인해야하고 인스타도 보고 싶고 자고싶고 검색은 그만하고 싶다. 앱카드로 시원하게 결제, 끝.


 다음 날 남편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살까하는데 어떻냐고 물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렇지않아도 내가 주문했다고 했더니 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그런데 얼마야?"

내심 뜨끔 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걸 왜 묻느냐는 듯 무심한척 대답했다.

"아, 20만원"

남편에게는 뭐든 좀 낮춰서 말해야한다. 결혼 전엔 엄마한테 이랬던 거 같은데.

"뭐? 20만원? 트리하나가?"

남편이 놀라며 묻는다. 안경 너머 작은 눈이 똥그래지는 걸 보니 정말 놀란 눈치다.

"아니, 전구 포함이야. 요즘 가격이 다 그렇던데? 자재비며 인건비며 요즘 많이 올랐잖아."

어디서 주워들은 짧은 경제지식을 들이대본다. 남편도 트리를 꾸미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5만원에서 7만원선이었다고 왜이렇게 비싸냐고 한다.

"그거 어느 사이트야?"

"쿠팡에서 검색해봤지. 자세히 본건 아니고 검색하니까 다 5만원,7만원 그렇던데?"

그거 소재 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한다. 그거 나무모양 뭐냐고, 몇센티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단전에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냥 시세가 그러하니 택배오면 예쁘게 잘 꾸며보자고 하고 웃으며 마무리. 이를 꽉깨물고 마무리한 덕인가. 남편은 더이상 묻지 않고 혼자말을 중얼거렸다.

"요즘엔 트리가 20만원이구나...우와..."


20만원 짜리 트리를 사고(정확히는 24만원) 나도 마음이 편했던 건 아니었다. 천년만년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사긴 했지만 비싸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트리와 전구만 있다고 꾸미는게 아닌데. 목적은 아이들에게 트리를 꾸미는 추억을 주는 것이니 오너먼트도 사야했다. 무거운 마음을 덜고자 아이들과 함께 다이소를 찾았다. 큰 구슬 5개가 단돈 천원이었다. 빨강색, 금색 구슬 10개를 2천원에 사서 아이들과 함께 꾸몄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남편은 꾸며진 트리를 보더니 예쁘다고 잘 샀다고 말했다. 트리를 말하는건지 다이소 구슬을 말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트리는 예뻤다.



별에 내려앉은 눈송이(卍아님)

다 꾸민 트리를 보더니 나리가 방으로 들어가 한참있다가 뭔가 들고와서 트리에 놓았다. 트리 꼭대기엔 별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서 자기가 만들었단다. 사랑스러운 나리같으니. 칭찬하니까 또 무언가를 자꾸 만들어 트리에 놓는다.



이렇게 우리의 트리는 더욱 풍성해졌고 한달 간 우리집은 반짝반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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