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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Nov 25. 2022

바이올린과 방송댄스

오케스트라와 아이돌

첫째 나리는 아이돌그룹인 아이브의 ‘러브다이브’에 맞춰 춤연습 삼매경이다. TV나 유튜브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주는 엄마라 아이돌 춤을 추는 걸 보고 속으로 내심 놀랐지만 놀란 티 내면 안된다고 어디서 본 것 같아 태연한 척 물었다. 

“그 춤은 처음보는 춤이네. 배운거야?” 

“이거? 유치원에서 유리랑 췄어. 유리한테 배웠어.” 

유리는 초등학교 5학년 언니가 있는데 언니가 아이브 팬이라서 보고 춤연습을 한 것 같았다. 노래에 맞춰 연습하고 싶다는 나리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영상은 안되지만 노래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러브다이브’를 틀어놓고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데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러브다이브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며칠 뒤에는 나리가 아이브의 ‘일레븐’을 틀어달라고 하는데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나도 모르게 빠져있었다. 마지막으로 TV에서 본 아이돌이 누구였는지 애써 떠올려보니 트와이스였다. 다행...인가?


최근 이사를 해서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한 바이올린 학원이 눈에 띄었다. 어릴 적 줄곧 피아노만 쳤던 나는 바이올린에 로망이 있었다. 마치 영어만 배우는 사람이 프랑스어에 로망이 있는 것처럼(?)말이다. 피아노를 제법 쳤던 나는 엄마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했지만 엄마는 단호하게 피아노 정도만 허용됨을 알려주셨다. 넉넉지 않은 형편임에도 피아노학원에 7세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닐 수 있었던 건 내가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고 엄마가 피아노만큼은 잘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덕분에 학창시절 내내 학교에서 반주를 도맡아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피아노는 좋은 취미로 남았다. 내 아이들에게도 음악이 평생의 좋은 벗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악기를 꼭 하나씩 가르치고 싶었다.


나리는 6개월 정도 피아노학원에 다녔다. 나의 퇴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태권도와 피아노학원을 보낸건데 고맙게도 태권도도,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했다. 너무 바빠서 피아노 진도 체크도 못하고 그냥 학원만 왔다갔다 하는 줄 알았는데 ‘고양이 춤’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짧게 치더니 나에게 뒷부분을 알려달라고 했다. 틈이 날 때마다 ‘고양이 춤’을 알려줬는데 어느 순간 끝까지 완벽하게 치게 될 무렵, 이사를 했고 피아노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문제는 악보를 볼 줄 모른채, 청음으로만 쳤다는 것이다. 


나리와 함께 그 바이올린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바이올린이라는 앙증맞고 고풍스럽고 이색적인 악기를 보자마자 나리는 단번에 “나 배울래!”라고 말했다. 나는 흐뭇한 얼굴로 기분좋게 등록을 하고 나왔다. 피아노를 조금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 중 나리는 바이올린을 선택했고, 나는 그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했으니, 오랫동안 계속 해야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상담할 때 원장선생님이 초등학교에 가서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는 것을 원하시냐고 물었다. 그건 내 욕심이고 그저 취미로 오랫동안 하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이미 나는 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올린을 맡아 무대에서 멋지게 연주하는 나리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한편, 아이돌 댄스를 잘 추고 싶은 나리는 친구가 다니는 방송댄스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오, 이 몸치엄마는 춤에도 로망이 있었다. 몸치라서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부럽다. 잘 추지는 못해도 어떻게든 춰보려고 꼬물거리는 나리가 부러울 정도다. 감정이나 느낌을 어떠한 도구 없이 온전히 내 신체를 이용해서 춤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뭐든 노력해서 안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춤 영역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방송댄스 학원에 다니면서 춤을 배우는 것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춤을 추면서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곤란한데... 하지만 미리 사서하는 걱정은 그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예측불가 통제불가 육아길에 미리 사서하는 걱정은 무쓸모. 오늘도 나리가 추는 일레븐 춤을 보며 그녀의 심각한 치명적인 표정에 한바탕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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