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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연 ㅣ 어썸 틴쳐 Nov 12. 2024

7년 만에 다시 앉은 휠체어

내가 내 몸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게 될 줄이야...


어쩌다 보니 휠체어에…


시선이 낮아졌습니다. 이동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느껴졌고, 낯선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오늘 두 번째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간호사와 통역을 위해 함께 간 직원분간의 알아듣지 못하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그나마 고마운 건 중국어 안내 밑에 약간의 영어가 있다는 점이었죠.


그렇게 국제 의료센터에 도착했고, 의사는 제 다리를 살펴본 후 MRI를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환복을 하려고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옷 보관함이 바코드 시스템으로 운영되더군요. 간호사가 번호를 누르고 바코드를 주면서 "오, 이거 편리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법이 나와 있었지만, 제목만 영어고 세부 설명은 모두 중국어여서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MRI


MRI 촬영실에 들어서니 혼자만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직원들끼리 나누는 대화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중 한 마디는 확실히 들렸습니다. "타팅부동(她听不懂 [tā tīng bù dǒng])!" 즉, "그녀는 알아듣지 못해요"라는 말이었죠. 저를 쳐다보면서 눈빛으로 어느 쪽 다리가 불편한지 물었고, 다리 받침대 위에 놓인 제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맞춰주더니 "ENGLISH OK?"라고 물으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YES!"라고 답하니, 돌아오는 말은 "RELAX"와 "DON'T MOVE"였습니다.

머리에 헤드셋을 씌우고 기계 높이를 맞춘 후 퇴장하자, 기계가 안으로 들어가며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편이라 긴장이 됐지만, 촬영 부위가 다리라 다행히 머리까지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RELAX"와 "DON'T MOVE"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히자 조금씩 안정을 되찾으며, 잠시 잠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골절


어제 극심했던 통증과 퉁퉁 부어오른 다리… 오늘 오전에는 조금 나아진 듯해 “설마 골절은 아니겠지?”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돌아온 진단은 골절이었습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이곳에서 수술을 받기엔 부담스럽고, 그렇다면 한국에 가야 하나?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같이 가면 학교는? 놔두고 가면 돌봄은? 


수술 없이는, 지지대를 차고 두 달간 꼼짝 말고 누워있는 것이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첫 번째 골절, 그것도 타지에서? 하아 무엇 하나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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