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지연 ㅣ 어썸 틴쳐 Nov 13. 2024

그날의 기억,

그래도 덕분에 웃습니다.


자전거


3일 전 저녁이었습니다. 아빠와 짧지만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껏 아이들은 자전거를 거의 타보지 못했죠. 한국에서 자전거를 배울 즈음 아빠가 먼저 중국으로 떠났고, 유일하게 있던 보조바퀴 자전거는 한쪽 바퀴가 고장 나 있었거든요. 자전거에 문외한인 제가 몇 년 전 사둔 밸런스 바이크도 당시엔 아이들에게 너무 커서 제대로 탈 수 없었고, 세팅이나 바람 넣기 같은 기본 관리도 몰라 그대로 방치해 두었습니다. 심지어 밸런스 바이크 한 대는 박스에 그대로 넣은 채 올해 초 이사를 했고, 그 박스째로 지금은 중국에 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약 1.5km로, 빠르게 걸어야 하는 아침엔 아이들에게 꽤 힘든 거리입니다.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언니, 오빠를 보며, 킥보드를 타고 싶다고 해서 한 번 타고 가봤는데, 교문 앞에서 교장 선생님께서 큰 X자를 그리셔서 그 이후론 킥보드도 못 타게 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같은 단지에 사는 반 친구가 엄마와 함께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는 아이들의 마음에 불이 붙은 상태였죠.


너무나도 덥고 더웠던 여름날이 지나고, 여름 같지만 어느 정도 야외 활동이 가능해진 가을이  오면서, 우리는 함께 러닝과 산책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맨몸으로 걷거나 킥보드를 타곤 했는데, 그날은 당연히 새로운 옵션인 자전거를 선택했습니다. 



고고~! 으악!


해가 짧아져 밖은 어둑했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은 한국보다도 더 많은 느낌이었어요. 아침, 저녁으로 단독, 혹은 소그룹으로 걷기, 달리기를 하는 분들도 많으시고, 꼭 운동하지 않더라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틈 속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아이들은 두 발 자전거를 아직 익히지 못했기에, 아빠와 연습했던 중심 잡는 법을 반복하며 신나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놀라운 습득력으로, 낮에 잠깐 배운 것만으로도 꽤 능숙해졌죠. 시간이 흘러 귀가 시간이 되어 두어 번만 왔다 갔다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출발한 순간, "어어~~~ 으악!" 자전거가 휘청이며 저를 향해 넘어지는 아이를 피하려다 제 무릎이 정통으로 돌바닥에 꽂혔습니다. 순간 찌릿하는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제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고통이 너무 심해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며 애써 침착하게 말했지만, 곧장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걸을만하네...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쓰며 몇 분을 앉아 있었을까요. 바닥의 한기가 올라오며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야!' 하는 생각에 애써 몸을 일으켜 세웠는데, 생각보다 걸을 만했습니다. 속으로 ‘휴, 부러지진 않았나 보다…’라며 안도했습니다. 부러졌다면 아마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을 테니까요.



덕분에 웃음이...


토끼 같은 눈으로 제 안부를 묻는 아이들. 한 녀석이 당당하게 말합니다. "엄마, 난 걱정 안 할게!" 다른 녀석은 눈이 동그래지며 "엄마가 다쳤는데 걱정을 안 하면 어떻게 해?"라고 물었죠. 그러자 "엄마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는 엄마 말을 잘 듣잖아! 그렇지, 엄마?" 순간 빵 터져 웃음이 터졌습니다. "○○야, 듣고 보니 맞긴 맞는데, 조금 이상하지 않니?"


몰려오는 한기에 몸이 바르르 떨리고, 말까지 떨리는 상황이 되어, 귀가를 재촉하니 아이들은 아쉬워했지만, “엄마 추워, 집에 가자”라고 하자 따라나섰습니다. 그러자 아까 그 녀석이 “엄마, 감기 걸렸어?” 하고 물어봅니다. “아니야”라고 말하자 “춥다고 했잖아, ○○는 안 추운데? 더운데?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다른 사람은 다 안 춥고, 나만 추우면 감기 걸린 거래!"라고 합니다. "응 그럴 수도 있지만, 엄마는 지금 감기는 아닌 것 같아"라고 대답하자, 다시 “그럼 감기 안 걸렸으니까 우리 자전거 조금 더 타고 들어가면 안 돼?”라며 기대에 찬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두 번째 빵 터진 순간이었죠.


이 녀석들의 말에는 언제나 반박할 수 없는 논리가 숨어 있어요. 덕분에 아픈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순간일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