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
가슴이 쿵
짝꿍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습니다. 골절 이후 상의할 일이 많아 자주 통화하던 터라 곧바로 전화를 걸었죠. 그런데 짝꿍의 첫마디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 혼자 가는 게 어때?”
“응? 아이들은?”
“놔두고, 내가 볼게. 회사에서 근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해 주신대…”
언젠가는 녀석들과 떨어져 있을 날이 오겠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에 갑작스레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습니다. ‘엄마 없이 아이들이 아빠와 잘 지낼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아이들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가면 겨울방학이 되어 아이들이 한국에 올 때까지 약 두 달간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마다 제 품으로 달려오는 녀석들, 가끔은 제가 넘어지든 말든 힘껏 달려와서 안아주는 그 에너지 없이 내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짝꿍과 아이들 걱정도 큽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짝꿍이 아침, 저녁으로 녀석들을 챙기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었죠. 그려보지 않아도 선명히 보이는 그 풍경들… 차마 짝꿍에게 모든 걸 맡기고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짝꿍은 “지금은 무릎이 우선”이라며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안돼!
아이들이 하교하자마자 “엄마가 한국에 가도 될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녀석들의 반응은 역시나 단호했습니다.
“안돼!”
아빠 없이 지내본 적은 있어도, 엄마 없이 지내본 적은 한 번도 없던 아이들에게 제 홀로 한국행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겠죠. 그날 저녁, 퇴근한 짝꿍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엔 단호했던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며, 결국 엄마의 한국행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녀석들 역시 저처럼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가을 방학
저도 이제 정말 엄마가 되었나 봅니다. 발길이 이렇게 떨어지지 않는 걸 보니 말이죠. 하지만 엄마 없이도 잘 지낼 짝꿍과 아이들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을 조금씩 다잡아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 가족은 서로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며 아마 더 가까워지겠죠?
결정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아파서" 혹은 "걱정스러운 이유로" 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가을 방학을 맞이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가을 방학은 흔히 누릴 수 없는 특별한 방학이죠. 이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조금씩 설렘마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회복"이라는 숙제가 있지만, 원래 방학 숙제란 개학 무렵에나 신경 쓰는 법이잖아요! 비록 바깥을 자유롭게 다닐 순 없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 가을 방학을 즐겨보려 합니다
한국은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하다고 하던데, 그 차가운 바람마져도 설렘으로 기다려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