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험엔 진심을 다한다.
기말 고사
가을 방학을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담, 방학 전 기말고사는 필수겠죠? 그리고 저는 시험에는 늘, 꽤, 아주 진지한 편입니다. 이번 가을 방학 전 기말 고사는 특히나 더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집 정리, 청소
연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집 정리와 청소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정리와 청소에 소질이 없는 저는 짝꿍과 둘이 살던 11년간, 그저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살려고 노력했어요. 회사에서 극심한 야근과 새벽 출근이 일상이었기에 집은 그야말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었죠. 가끔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버리거나, 시큼해진 김치로 김치찌개를 한 솥 끓여 소분할 때마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라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빈방에 하나둘 채워지는 아이들의 물건들. 어느새 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제 물건과 짝꿍의 물건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옷도 거의 사지아마 그때부터 옷도 거의 안샀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엔 여전히 넘쳐나는 옷들. 정말 아이러니하죠?
이사와 짐 정리
“이사 후 짐 정리는 다음 이사 때 한다”는 말처럼, 올해 두 번의 큰 이사를 하면서도 속 시원히 정리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번 해외 이주는 짐 정리의 난이도가 최상. 이곳은 공간에 비해 수납할 곳이 적습니다.
수납 공간이 부족하니 가구를 더 사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 정도로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짐이 도착하기 전 한 달 동안 거의 ‘무(無)’의 상태로도 잘 살았던 것이 그 증거였죠.
그래서 아이들 책상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가구를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상대로 집은 난장판이 되었죠. 게다가 요즘 겨울 문턱임에도 종종 26도까지 오르는 날씨 덕에 사계절 옷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 동안 빨래를 외면했던 지난주! 그 결과로, 온 가족이 접어 넣은 빨래만 400개쯤 되는 것 같아요. 하하.
도움이 필요해
결국,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전문가를 부른다 해도 제가 해야 할 일은 남아 있죠. 잘 걷지 못하는 몸을 이끌고 기말고사를 준비했습니다. 번역기를 통해 간단히 소통하고, 전문가의 손길에 맡기기로 했어요. 까다롭게 굴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었죠.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수학의 정석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풀이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결과는? 너댓 봉지의 쓰레기가 집을 나갔습니다. 더 버리고 싶었지만 시간상 여기까지. 예상은 0점짜리 성적표였는데, 한 65점쯤? 낙제는 면했으니 이게 어딘가요? 이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그리고 시험날
다시 날이 밝았습니다. 토요일이지만 녀석들은 방과 후 수업이 있고, 전 마지막 정리와 짐을 싸려고 합니다. 내인생 첫 가을 방학.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