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작은 변화
벚꽃의 꽃말은 아름다은 영혼, 정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이다.
오래된 아파트의 장점 중 하나는 아파트가 오래된 만큼 나무들도 나이가 들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건축물도 내부 시설도 거기에 사는 사람도 늙어가지만 조성된 나무들은 점점 더 성숙한 나무가 되어간다. 가지는 더욱 풍성해지고, 꽃은 해마다 더 화려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아파트는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조경수가 벚꽃이라, 이맘때가 되면 베란다를 통해서도 벚꽃 구경하기에 충분하다.
산을 뒤로한 나지막한 아파트의 풍경과 아침 새소리가 특히나 벚꽃 핀 시기에는 꽤나 잘 어우러져 보인다.
아침에 해가 막 떠오른 아침에 봐도 멋지고, 한낮의 벚꽃도 한밤 중의 벚꽃도 운치가 넘친다.
벚나무로 인해 봄이면 꽃길이 되고, 여름이면 푸른 잎들로 무성한 가득한 숲길이 되며,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길이 되며, 겨울엔 또 다른 세계의 눈꽃길이 된다.
같은 벚나무인데도 시기에 따라 내 산책코스를 바꿔놓기도 한다. 꽃을 일부러 찾아가는 성향은 아니나 벚꽃이 곁에 있어 만개할 때는 자주 보게 되고 일부러라도 그런 길을 더 걷게 된다. 그러다 보니 벚꽃이 한창인 시기에는 아파트 단지 내를 걷다가도 꽃이 지고, 열매가 맺은 후 또 시간이 흘러 벚찌가 바닥에 가득한 때는 신발에 묻을까 봐 멀찌감치 피해 다닌다.
여기서도 위로 30분 정도 가면 파평면이라 곳에 "밤고지 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한반도에서
가장 늦은 벚꽃 축제가 열린다. 지난 주말(4/15~16) 축제였으니 남쪽 지방에선 이미 바닥에 떨어진 꽃잎조차 구경하기 힘든 시기에 축제가 열린다.
말 그대로 벚꽃엔딩이다.
교통편이 불편하여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점만 빼면 약 2Km에 달하는 물길 둑을 따라 꽃이 심어져 있어
여느 벚꽃 명소 못지않은 장관을 볼 수 있다. 한강과 빌딩 숲 사이의 벚꽃길도 좋으나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마을의 축제도 즐길만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다.
봄이 되고 나서 작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점심시간 식당에는 사람도 붐비고, 정신없이 보내는 것 같아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변화를 주었다. 처음 2주간은 책을 읽었으나, 왠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산책을 하며 오디오북을 이용하여 책을 듣기로 했다.
회사 앞 길 하나를 건너면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제법 큰 호수를 품은 잘 조성된 공원이 있다.
회사만 눈에 들어오던 좁은 시야의 내 눈앞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그곳에서 오디오 북으로 책을 들으며, 혼자만의 산책을 한다.
그렇다고 점심을 거르지는 않는다.
40분 걷고, 남은 25분은 식사 시간이다.
일상의 패턴으로 만들기 위해 이제 3주일 정도 지났는데, 매우 뿌듯하다.
항상 찌뿌둥하게 오후를 맞이하곤 했는데, 지금은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