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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May 31. 2023

여수 봄, 바다 1

연중행사

회사 분들과 하는 투자 모임이 하나 있다.

얼핏 보면 투자를 핑계로 만든 술모임 같으나 정보도 교환하고, 회사 얘기도 하며 회포를 푸는 엄연히 우리는 투자 모임이다.


연초 모임에서 여수 낚시 얘기가 나왔었다. 

5월이 되면 제주를 제외한 내륙에선 여수 부근에서 붉바리가 잡히는데, 가히 최상급 횟감이란다.

낚시에 있어서는 완전 문외한인 나였기에 "꼭 데려가 달라"라고 부탁하였고,

그렇게 아이처럼 낚시 여행을 손꼽아 기다렸다.



여수터미널 & 국동항

저마다의 속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나, 가정이 있는 가장 넷이 떠나는 여행치고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금요일이 회사기념일로 주어진 휴일이라, 우리는 목요일 퇴근 후 이동하는 1박 3일 여행을 계획하였다.

새벽 출항을 위해 저녁 9시 버스를 탄 후 4시간가량 잠을 푹 잘 계획이었고, 첫 집결지인 고속버스터미널에 모였다.


난 버스에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일부러 퇴근하고 주변 공원에서 2만 보나 걸었다. 

몸을 심하게 지치게 만들어서 버스 안에서 심하게 숙면을 취할 요량으로 만발의 준비를 하였으나, 예상과 

달리 계획은 완전히 엇나갔다. 

기사님이 너무 과속을 하시는 바람에 도저히 잠이 들 수 없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몸이 들썩 거릴 정도..

도착해 보니 나만 그런 거 아니고 다들 한숨도 못 이룬 채 금요일 새벽 1시간 조금 넘은 시간에 여수에 도착해 버렸다.


이번 여행의 총무님이자 선배님이 예약해 놓은 공유카를 찾고, 신나고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국동항으로 이동하였다. 출항 전 4시에 탑승수속 시작되고, 4시 반 출항이라 2시간 정도가 남았다. 

문을 연 가게가 편의점뿐이라 어느 동네에서나 자주 보이는 아저씨들의 그 느낌으로 몇 가지 간식류를 안주삼아 가볍게 한잔하였다. 



진피싱호 & 생새우

사무실에서 주소와 연락처를 기입하고 낚시 준비를 마무리한 후 4시 반에 드디어 출항하였다. 

운이 좋았는지 첫 출항하는 정말 깨끗한 배를 타게 되었다. 지금껏 타보신 배 중에 최고 럭셔리라고 한다.


오늘의 대상 어종은 '민어'와 '붉바리'다. 민어는 회나 지리로 먹어도 봤기에 말로만 들은 다금바리 친구라는 붉바리만이 오늘의 타깃이었다. 

미끼는 생새우다. 

머리 위 뿔을 제거한 후 새우의 뇌를 피해 바늘을 꽂으라는 선배 말을 새겨듣고, 정성스레 미끼도 끼워댔다.


선실과 각종 먹거리들

선실 안쪽은 매우 깔끔했으며, 칸막이가 있어 이동 중에 서로 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쉴 수 있었고,

먹거리도 풍부했는데, 원두머신부터 각종 간식과 식사대용 음식들을 부족함 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배에는 총 23명이 탑승을 하였는데, 선장님과 사무장님 두 분, 그리고 20명의 낚시꾼들이다. 


선상 낚시가 처음인 내 입장에서는 모든 게 새롭고 낯설었다. 개인별 20개의 지정석이 있는 것부터 포인트로 이동할 때마다 선장님의 신호음에 따라 낚싯대를 드리우고 거두는 것까지 모두가 약속된 패턴이었다.



아침 바다 & 떡만둣국

선배가 건네준 멀미약의 효과가 탁월했는지 배 멀미라는 느낌도 없이 선실에서 아무런 기억도 없이 2시간 

꿀잠을 잤다.

일어나자 사무장님이 준비해 주신 떡만두 국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되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가 아닌데도 살갗이 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자와 선글라스, 앞섭에 팔토시까지 만발의 준비를 하였다.

날이 흐렸다는 생각에 만발의 준비를 안 했으면 큰일 날뻔했다.

완전무장 & 첫 손맛

나를 제외한 세분은 한참 전부터 손맛을 보고 있었지만, 난 여전히 불편하기만 한 낚싯대 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며 바닥을 느끼는 법부터 익히고 있었다.

이러다 바다만 보고 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역시 기우였다.


형님들의 코칭을 받고,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드디어 손맛을 볼 수 있었다.

나 같은 초짜에게 잡혀 올라온 건 쏨뱅이였다. 

우럭과 열갱이 비슷하게 생긴 어종인데, 이 동네 분들은 먹지 않으신다고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회도 먹을만한 식감이었고, 집에 가서 매운탕과 구이로 먹어본바 꽤 먹을만한 물고기였다.


몇 마리를 잡고 나니 머지않아 대상어종인 붉바리를 잡아 올릴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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