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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un 02. 2023

여수 봄, 바다 2

아듀 여수!

이번엔 제법 묵직했으나 또 쏨뱅이다.


한 때는 회사에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한 적이 있었으나, 확실히 지금은 아니다. ㅋㅋ

무언가 너무 심취하면 시간의 흐름을 놓치곤 하는데, 이 선상 위에서의 내가 그랬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10~30분 간격으로 포인트를 옮기고, 돌려주는 배 위에서 낚시를 계속하였다.

바닥과 미세한 움직임에 집중하고자 선글라스를 썼음에도 눈을 감고, 심호흡을 가지런히 한다. 

그리고 미끼인 새우에 바늘을 끼울 때도 집중을 한다. 

그런 후에 낚싯대를 내리고 바닥을 느낀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종종 참 쓸데없는데 집착이 있다.

 

이런...

그래도 올라오는 건 쏨뱅이뿐이다. 



마냥 즐거운 나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6개의 반찬이 꽉 찬 도시락과 국과 밥을 준비해 주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침과 점심을 제공해 주시고 갖가지 음료수와 다과가 무료이고, 더구나 새벽 4시 반부터 회항한 저녁 7시까지 포함한 가격이 선상 낚시의 10만 원이라니... 

근래 야외에서 진행한 액티비티 중에 가성비가 최고였다.

더구나 초짜인 나를 정성껏 도와주신 사무장님들도 계셔서 내겐 더 크게만 느껴졌다.

(자꾸만 낚싯줄이 꼬이고, 바닥에 걸린다. 그때마다 홍반장처럼 나타나서 도와주신다.)



배에서 바라본 바다와 하늘

이러다 쏨뱅이만 잡다 가는 건 아니겠지...

뭐든 한 마리만 잡았으면 좋겠다는 초심자의 마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ㅋㅋ


오후가 되니 이 좋은 바다와 하늘 풍경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잃은 채 점점 초조해진다.

초심자의 행운을 과하게 기대한 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 정도일 거라 스스로 다독인다. 




끝내 붉바리는 내 새우를 선택하지 않았다.


5시가 넘어 낚시는 끝이 났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으나, 처음 와서 근 20마리 물고기를 낚으며 손맛은 제대로 느끼며 마무리하였다.

5자 붉바리와 어복 있는 형님

동행한 형님 한분이 배에서 가장 큰 5자 붉바리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다시 한번 용왕의 아드님임을 증명해 보이셨고, 후배는 작은 붉바리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그렇게 우리는 대상어종 총 2마리를 잡는 조과를 올렸다.


붉바리들

혹시 모를 다툼이 없게 하려는 의도인지 낚인 대상 어종들은 번호가 라벨 된 채로 별도 보관 된다.

그리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주인에게 인도된다.  


 


이제 먹으러 가자~


항구에 도착한 후 물고기들을 손질하는 곳에서 횟감과 생선용으로 손질을 주문하였다.

물고기 손질은 kg당 단가를 지불하면 깔끔하게 손질해서 포장해 주신다. 이것도 나름 정비된 시스템 느낌이 든다.


숙소 앞 여수 야경

숙소는 여수 케이블카와 야경이 근처에서 잘 보이는 핫플레이스에 부근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드디어 붉바리 회를 영접하게 되었다^^

붉바리와 쏨뱅이 회

좋은 술과 안주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딱 한 점만 먹어보면 무엇이 다른지... 사람들이 왜 50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이 회를 먹는지 알게 되는

그런 맛이다. 선배 한 분이 진도의 명물 홍주를 준비해 주셨다.


쏨뱅이 회는 우럭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아마 그것만 있었다면 맛있게 잘 먹었을 수준이었다. 

또 한 번 놀랄 맛이 있었다. 

바로 매운탕이다. 


먹거리 한 상과 매운탕

붉바리가 머리가 큰 생선이라 매운탕에 살점도 많았는데, 이전에 맛봐온 매운탕과는 식감이 전혀 달랐다.

온갖 야채를 넣고 꽤 오랜 시간 푹 끓여 내었는데도 한입 베어무는 순간.. 어찌 이리 땡땡하고 쫀득한지

'놀랄 노'자 생각날 뿐이었다.

 



아쉬움은 내려놓고 다음을 기약하다.

해장국과 도다리


아침은 이순신광장 근처 선지해장국으로 정했다. 저렴한 가격에 맛과 서비스가 훌륭하였다.

아침을 먹고 잠시 주변을 산책했는데, 이곳 분들은 공원에 강아지 산책을 나오 듯 낚싯대를 바닷가에 드리우고 계셨다. 내겐 좀 신선한 풍경이었고, 노년에는 이렇게 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때마침 물고기를 낚으신 할아버님이 계셔서 갓 잡아 올린 도다리 사진을 간직하게 되었다. 

즉석에서 안주를 준비해 버리는 썩 괜찮은 시스템인 듯싶다.


여수에서의 정겨움과 맛을 기억에 새기며, 꼭 다시 오겠노라 맘 속으로 다짐하며 짧지만 강렬했던 1박 3일의 여수 낚시 여행을 마치고 KTX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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