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이어트하고 싶은 게 아니야
아이 둘을 낳고 엄마가 된 후 슬퍼진 게 있다면 옷의 소매가 점점 내려온다는 것이다.
하체에 비해 상체가 통통한 체형을 가진 나는 다른 부분보다 유독 팔뚝에 살이 많이 쪘는데, 20대 때는 민소매를 못 입어서 슬펐고, 결혼 후 신혼의 달콤함으로 살이 쪘을 때는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통이 큰 반팔티나 블라우스를 주로 입었다. 아이 둘을 출산한 지금은 두 아이를 안으며 단련된 근육 때문인지 팔목까지 우람해져 난 이제 긴팔만을 고집한다.
친정엄마는 더운 여름에도 항상 긴 바지, 긴팔 소매를 고집해서 입으셨는데 이해를 못 했던 나는 '엄마 더운데 왜 그렇게 입어? 반팔 이쁜 옷들도 많은데'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엄마는 날씬하셨기에 나와는 다른 이유겠지만 나처럼 무언가를 가리고 싶었던 것일까...
한 번은 회사 동기모임에 나갔다.
동기 중 아이를 낳은 사람은 나밖에 없기에, 나름 날씬해 보이고 어려 보이게 고심고심해서 옷을 입고 나갔다. 오랜만의 술자리라 신나서 맥주를 마시는데 남자동기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요즘 관리 안 하나 보네~ XXX(내 이름) 아줌마 다됐네"
신고감인 멘트이고 화도 났지만, 너무나 내 정곡을 찌른 말이기에... 난 그 자리에서 땅 밑으로 한없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결혼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인 '아줌마' '아주머니' 이 말은 왜 이렇게 듣기가 싫은 걸까.
사전을 검색해 봐도 아줌마라는 단어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다. 결혼 후 나의 목표는 ‘아줌마로 보이지 않을 것’이 되어버린 만큼 누구나 떠올리는 그 아줌마라는 이미지가 싫었다. 아줌마라는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을 때, 내가 떠올리는 가장 큰 특징은 억척스러운 굵은 팔뚝이다. 집안일에 아이들을 안고 키우며 미학이란 없이 힘썼다만 남아버린 모습. 이런 이미지에 나의 체형 콤플렉스가 합쳐져서 팔뚝은 나에게 스트레스이자 숨기고픈 곳이 된 것일까.
팔뚝은 나에게 후회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날씬했던 나는 중, 고등학교 입시를 거치며 팔뚝이 점점 두꺼워졌다. 아마 공부한다고 책상에 앉아있었던 구부정한 자세가 라운드숄더를 만들었고 팔뚝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엄마에게 공부해라 보다 더 많이 들은 말은 바르게 앉아라였는데 나는 이 말이 참 듣기가 싫었고 허리를 꼿꼿이 피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엄마말을 듣고 바른 자세를 유지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 달랐을까? 게다가 아이를 낳고 집에 온 순간부터 매일 밤 통증을 느끼는 곳조차 팔이다. 10kg 넘는 아기를 매일 안고 있으니 안 아플 수가 없지.
엄마 말 좀 잘 듣을걸... 이래서 팔뚝은 나에게 단순한 체형콤플렉스를 넘어 나이 들어감을 실감하는 안타까움이자 삶의 후회이다.
자존감 올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
점점 작아지다 못해 이제는 사람들 만나러 나가기도 두려운 내 모습이 싫다. 후회로 가득한 이 마음도 싫다.
여러 목표가 있지만 1순위는 얇은 팔뚝을 갖는 것.
팔뚝에 켜켜이 붙은 쓸모없는 근육과 지방을 날려버린다는 건 고된 육아 속에서도 생기를 찾겠다는 의지이다.
예쁜 자세를 찾는 건 나의 인생을 곧게 바로잡는 것이다.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놀러 나가는 뿌듯한 그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