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레몬 교향곡
초등학교 1학년 손녀의 동영상이 카톡에 올라왔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자기 반에서 가장 크다는 손녀가 양손으로 피아노 치는 모습을 올렸다. 학교 예능발표에 낼 작품영상이라고 한다. 유치원 때 조금배운 실력으로 지역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 대상을 받은 적이 있으니 나름 열심히 하는 모습에 아이엄마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지금 직장인 엄마인 큰딸은 지금의 손녀 나이 때 피아노를 정말 잘 쳤다. 피아노입문 과정인 바이엘 상하를 40일 만에 다 떼고 어렵다는 체르니 과정으로 들어갔으니 전공을 해도 괜찮았을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딸아이가 피아노를 잘 치게 된 데는 아내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아이 엄마는 결혼 후 오래도록 피아노 레슨으로 넉넉하지 않은 생활비를 보태 살림을 꾸려갔다. 30년 전 즈음 직접 피아노 기초인 바이엘과 체르니를 아이에게 가르쳤고 초등 고학년부터는 예원을 나와 피아노를 전공하고있는 선생님을 모셔 개인레슨을 시켰다. 아이는 중학교 때 대학 입시곡으로 전국 음악콩쿨에 나간 적이 있다. 아쉽게 수상은 못했지만 큰 대회 참가해 본 경험은 컸다. 아이는 더 열심히 피아노를 쳤다. 중학교 시절 학교 반별 합창대회 때 반주도 맡아했다. 모두 그의 엄마의 정성이 묻어나는 일들이었다.
엄마인 집사람도 50 여전 이미 그의 엄마로부터 피아노 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사진 한 장과 상장 하나를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화랑 예술콩쿠르에 나가 받은 피아노 부분 우수상이었다. 딸의 외할머니, 아내의 엄마도 당시 대학원생 피아노 선생님을 통해 그의 딸을 개인 레슨 시켰다. 50여 년 전 피아노란 고가품이었고 음악교육도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 그런 전공 수준의 교육을 시킨 것은 놀랍다. 물론 장모님이 지역유지면서 행정가였던 부모님의 맏딸이었으니 장모님도 집안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라셨을 듯하다.
3대를 이어오는 피아노 교육을 보며 엄마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엄마들도 한때는 그 엄마의 귀한 아이였다. 엄마들은 자신이 허락하는 만큼 그리고 본인이 받은 사랑의 유전자만큼 자기 아이에게 다시 쏟아붓는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귀엽게 크는 아이를 보며 다시 힘을 낸다. 커서 결혼하고 또 가정을 이루고 그의 자녀를 키우면서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힘들게 살아가고 또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닐까? 피아노 곡을 모르던 내가 집사람이 치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으면 신혼을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15년 후 딸이치는 같은 곡을 듣고 느낌이 특별했던 적이 있다.
그로부터 또 20여 년이 지나, 그의 딸인 초등1학년 손녀가 정성스럽게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본다.
엄마란 사랑이다.
삶의 무거움을 사랑으로 이겨 내고 또 베푸는 물빛 가득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