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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이란,

추구미

by 젤로

1. 언니 편


쉴 때 뭐 해?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 질문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자유시간에 무엇을 해야 힐링이 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피로를 해소할 힐링포인트는 필수적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음악을 들을 때, 누군가는 퇴근 후 맥주 한 캔이라고 힐링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육퇴 후 조용한 밤에 읽는 책이 그렇다. 마음이 심란할 때 내 감정과 딱 맞아떨어지는 글귀를 만났을 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된다. 최근 회사에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가.. 한없이 부족함을 느끼며 자존감이 바닥을 향할 때 위로받은 문장이 있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요즘 많이 읽고 있는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의 한 구절이다. 가까운 언니가 네가 좋아할 것 같다며 이슬아 작가의 책을 추천해 주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시작으로 '이슬아 산문집', '가녀장의 시대', 최신작인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글쓰기'까지 모조리 읽었고 작가의 북토크, 인터뷰까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글도 좋았지만 작가의 생각, 삶의 방식이 요즘사람 같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주도적인 부분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다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날씨와 얼굴’이라는 책이다. 기존 이슬아 작가의 글들과는 색이 조금 다르게 기후, 동물복지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내용이 강하게 담겨있는 책이다. 딸은 유치원에서부터 북극곰을 시작으로 기후문제에 대해 배워온다. 딸에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하고 좋은 아이디어도 내는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어떻게 전달을 해줘야 할까, 집에서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는 나에게 너무 어려운 숙제다. 거창하게 도전하기는 무겁고 그렇다고 강하게 비판만 하는 사람들은 거부감이 느껴졌다. 나는 환경을 생각한다며 친환경 주방세제를 사서는, 설거지하다 거품이 안 나온다며 두세 배 펌핑한다. 그러다 내가 혼자 노력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포기를 하곤 했다. ‘날씨와 얼굴’에서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인정하고 다름을 강요하지 않는다. 또 작은 시작도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에세이형식으로 전달한다. 이 책이 환경적인 측면으로만 울림을 준 것은 아니다. 작가가 채식을 시작할 때, 작가의 엄마는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차 딸의 의지를 존중해 주고 비건 식단을 함께하며 식사를 풍성하게 준비해 주는 엄마가 된다. 동생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흰쌀을 먹지 않아 동생밥은 매번 율무와 현미를 섞어 따로 만들어주는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과거를 바꾸고 싶으면, 아마도, 과거를 써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엇박자의 마디 중에서-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사소한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소소하게 추억을 그려 내리다 보면 치유의 감정이 느껴진다. 나아가 내 글에도 점차 뭉클함과 전달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도 생긴다. 글쓰기도 이제 나의 힐링포인트가 되어간다. 어렸을 적 아빠서재에는 책들이 가득했다. 책 읽는 아빠가 멋있었고 아빠 책장의 오래된 책냄새를 맡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빠 책 한 권 추천해 줘” 하면 음.. 고민하시다 한 권 툭 던져주시곤 했다. 작고 종이색은 바랬지만 작고 귀여운 명작책이 기억난다.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한 책장, 그리고 소중한 문장들이 담긴 글과 책들은 나의 추구미이다.



나의 추구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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