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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 Mar 14. 2024

영화로 시작해 책으로 끝나는 서사.

가장 달콤한 여정.

K-예절을 장착하고 90도 폴더인사를 하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 영화를 보고 싶은 건 이 배우를 보기 위함이었다. 예전 같으면 벌써 극장에 가서 보았을 영화. 하지만 아이들의 방학으로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만 보는 가을이, 극장 가는 걸 싫어하는 단풍이는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개봉이 된 지 한 참 지난 어느 날. 가을이는 움파룸파 노래를 듣고는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가을아 그 노래 어떻게 알아?"

"이 노래 요즘 숏츠에서도 많이 나오고, 친구들이 많이 부르던데."

"그래? 그 노래 엄마가 보자고 했던 웡카에 나오잖아 그거 집에서 영화로 볼래?"

영화 보러 가자고 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녀석이 친구들이 흥얼거리는 노래에 관심이 생겼는지 선뜻 보겠다고 했다.


그 주말 우리는 다 같이 모여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팝콘과 음료를 세팅하고 두런두런 모여 앉았다. 아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움파룸파를 부르는 소인이 나오는 장면을 보기 위함이었다. 아이들은 금세 영화에 빠져들었다. 티모시 샬라메의 천진난만한 성격과 뮤지컬 노래들은 지루할 틈 없이 그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여관주인과 초콜릿을 독점하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 아이들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은 역시나 움파룸파가 나오는 씬이었다. 소인이 유리병 안에 갇혀서 분노의 움파룸파 노래와 춤을 추는 장면에선 모두가 깔깔대며 웃었다. 단풍이는 그 뒤로 초록색 머리의 소인을 보기 위해 오매불망 영화의 엔딩까지 혼자서 소인 찾기 놀이에 빠져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흐뭇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같은 영화를 공유할 수 있는 재미. 그것이 내가 원하는 소소한 행복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아이들은 움파룸파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가을이는 움파룸파의 동영상을 찾아서 무한 반복 시청했다. 그런 가을이를 위해 음원을 다운로드하여 가사와 함께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노래를 듣기만 할 때는 신경 쓰지 않았던 가사를 가을이는 무슨 뜻이지 하며 훑어보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연계학습이었다. 물론 아이는 그걸 학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의 호기심으로 훑어보고 찾아보고, 흥얼흥얼  제법 정확한 단어들로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생 단풍이는 형만큼의 효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긴 호흡의 영상을 잘 보지 못했던 아이가 끝까지 영화를 봐준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했다. 

 

영화 노래에 빠져있던 가을이는 이번엔 책에 관심을 가졌다. 엄마가 책을  사준다고 할 땐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였다. 

"엄마 나 윙카 책 사줘."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생각해 볼게."하고 거드름도 피워봤다. 그날 밤 가을이 몰래 웡카와 초콜링공장의 책을 얼른 주문했다. 며칠 뒤 두 권의 책을 건네며 선심 쓰듯 가을이에게 건넸다.

"방학 동안 계획표대로 열심히 해서 사주는 거야, 찰리와 초콜릿공장은 웡카다음이야기래. 다음 주에는 찰리와 초콜릿공장 영화 볼래?" 

"그래요 찰리와 초콜릿공장도 티모시 샬라메가 주인공이에요?"

 

그 후로 또 여전히 가을이는 웡카와 찰리와 초콜릿공장 책에 빠져있다. 엄마가 읽어 보라고 할 때는 학을 떼던 아이는 본인의 관심에서 비롯돼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다. 그런 아이를 보며 의뭉스러운 미소로 다음스텝으로 그의 흥미를 이끌 무언가를 찾아본다. 뜻하지 않게 만난 호기심은 그를 빛나게 해 줄 테니까.

웡카는 생각지 못한 일상 속에 내가 그리던 가장 달콤한 여정이었다.  




사진출처- 네이버 웡카 영화 포스터

                 알라딘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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