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모르시詩티】2기를 준비하며
우리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오랫동안 생각했다. 몸을 다른 방향으로 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지? 그냥 관성으로 흐르는 루틴과 굳어진 마음에 균열을 만들고 다른 곳을 바라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시에 머무르는 일은 언제나의 몸을 움직임의 동기로 가득 차게 했다. 내가 쓰지 않는 단어, 내가 쓰지 않는 감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그곳에서 살아있는 기분. 그리고 뱃속에서부터 움찔움찔, 움직이라는 명령어가 들려온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서부터 차올랐다.
그래서 시를 함께 읽고, 쓰고, 이야기 나누는 일은 언제나 '사랑'이었다. 내게 사랑은, 나도 모르게 품게 되는 마음 같은 것이었으니까. 밤새 비가 내리고 갠 아침, 시멘트 바닥에 놓인 대야에 가득 차버린 빗물처럼. 어? 언제 이렇게 차올랐지? 하고 놀라게 되는, 미래로부터 온 과거 같은 마음.
머리로 살다 보면 그 마음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쉽게 버리고, 내가 쓸 물로 채우게 된다. 다:시의 선생님들과 함께 지난겨울부터 꽤 여러 날 밤을 새 가며 각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머리로 살다가 잊어버린, 세숫대야에 차오른 연유 모를 빗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했다.
수많은 예술가들과 철학가들, 심리학자들이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딱 떨어지게 정의 내릴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아모르시詩티】1기의 시간은 우리가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만난 과정이었다. 사회적 배경이 비슷하건 다르건, 모두 각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대상마저 수학, 어머니, 배우자, 자녀, 자연, 나 자신 등으로 다양했다. 서로의 사랑을서로 다른 언어로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그것을 꼭꼭 천천히 씹어 삼켰다.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다.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 저어지는 순간, 끄덕이는 순간, 울던 순간, 웃던 순간... 많은 순간들이 뒤섞이고 모아지고 날아가며 '사랑'이라는 것이 움찔움찔 움직였다. 그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무르익고...
이제는 【아모르시詩티】2기와 함께 늦여름과 가을을 맞이하려 하는 문턱에 서있다. 삶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멸하고 또 새롭게 생성되는 사랑의 이야기들, 알 수 없어서 더욱 아름답고,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어서 더 멀리 손 뻗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또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아모르시詩티】2기 신청 링크 (8월 16일까지): https://naver.me/xprqHi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