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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요 Jun 25. 2021

자, 나가자, 함께.

83-1번지 산책

돌아와,

유일한 친구,


그리하여

주먹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호주머니에 챙기고 나가자

작은 애인들

도둑맞은 마음들

긴 착란들 

영원한 소실점으로 도망치는 무한한 세계

모든 감각의 소실점을 


네게 맹세해,

투시자가 될 겁니다!



친구들로부터 선물을 받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펜을 놓을 수 있는 나무냄새가 폴폴 나는 펜 레스트와 콜라주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모양의 스티커들.


그리고 또 친구로부터 ‘랭보 서한집’의 북토크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어서, 덕분에 저는  사놓고 읽지 못했던 랭보의 서한들을 차분히 읽을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어요. 


랭보의 서한들 속에서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시와 자신이 되고 싶은 시인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써놓은 마음들이 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서한집을 번역한 위효정님께서 랭보는 천재 시인이라고 불리지만 그의 서한들에 보면 ‘작업한다(travailler)’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고 말해주셨는데, 이렇게 ‘파르나스 파가 될 겁니다!’라고 말하고, ‘제가 발전했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열정적인, 어쩌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같은 시인의 작업을 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어떤 작업을 계속 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에게 펜 레스트와 스티커들을, 북토크 소식들을 전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콜라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또 이것으로 시를 써보아야겠다고, 기쁜 마음으로 시간을 내게 되었던 것 처럼요.


절필 이후의 랭보의 서한들을 보면서 저는 조금 슬펐어요. 랭보에게 시를 쓸 핑계가 있었다면, 소중하고 유일한 친구가 돌아왔다면, 그는 계속 시를 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

시를 쓰고 서로의 시와 마음을 들어주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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