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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요 Jul 09. 2021

우리의 시간은 부리또처럼

83-1번지 산책

[83-1번지 산책]


사라진 놀이터의 오후

흰 양파 한 알 굴러다녔다.

마셔야 했다.

주렁주렁

열렸다.


너는 가버렸어


하늘의 이파리가 혀를 따라 흔들렸다.

태양이 드러나도록,

물렁한 수평선의 귀를 찾아다녔다.


오늘도 불꽃을 씹었다.

가득했다.

선물했다.




오늘의 콜라주 재료:

-비상구 사진 2장, 문 사진 1장

-야채 사진 프린트

-진은영, [어느 날]

-포장된 부리또에 붙어 있던 스티커 


오늘은 점심으로 부리또를 먹었어요.

한 장의 보름달 같은 또띠야에 싸인 고수,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라임...

마음이 허전할 때면 문득 이 잔잔한 향들이 떠올라서 마음을 건드려서요.


“시원한 산책” 1기 낭독회가 끝나고 제 마음을 갑자기 건드리는 은은한 향들처럼 시인님들의 싯구들과 이야기들이 툭, 툭, 제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재즈뮤지션이자 사진가이자 사회학자인 하워드 베커는,

“예술작품이 어떤 사람이 그것을 경험할 때마다 새로이 창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직접적, 혹은 간접적이라도 그것들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 예술작품들은 죽는다.”고 말했다고 해요.


우리가 매주 만나던 시간은 흘러가 버렸지만 우리가 시를 쓰고 시를 읽고 시를 듣고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은 고요히 문득문득 우리의 마음 속에 울리겠지요. 우리 그랬다는 것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니라고, 아직은 가득하고, 선물할 것이 있다고, 입 안 가득 남은 향들을 느끼며 크게 숨을 쉬어 봤습니다. 


우린 또 만나게 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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