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금요일이었다. 수술 전에 생각나는 건 내 짐가방보다 우리 가족 먹을 밥이었다. 내가 없으면 우리 집 애들은 라면만 먹을 것 같았다. 아님 계란프라이와 밥? 아님 소시지.
주말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 반찬 준비를 다 하고홀로 배낭 메고 들어갈 때의 심정이란. 뿌듯하기 이전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온다.
'음~마. 어~엄마! 마암~마!
배꼽시계다. 둘째는 어김없이 7시에 일어나 밥부터 찾는다. 내가 누워있는 곳으로 와서 손바닥으로 내 등과 엉덩이를 일으켜 세우려 노력한다. 애써 모른 척하고 싶었다.
둘째의 아침밥 먹는 시간. 7시 30분. 새벽에 일어나서 갖지은 밥을 주고 싶지만 그건 좀 상전이 될 것 같아서 밤에 미리 해두었다. 밥 준비 열심히 해놨는데 안 먹으면 등짝 스매싱 해주고 싶을 텐데 둘째 아들은 별 반찬이 없어도 투정 없이 주는 대로 잘 먹는다. 평소 밥 두 공기는 거뜬히 먹는다. 참 아침부터 고마운 아들이다.
반면, 고난도 첫째 아들 식사시간. 이 녀석은 항상 물어본다. 아침밥 뭐야.
나도 아침에 뭐 먹고 싶어?라고 부드럽고 고상하게 물어보고 싶다. 꼭 물어보면 첫째는 말도 안 되는 거. 짜장면, 김밥, 치킨이라 답한다. '이것이 나를 약 올리나'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혹은 재료가 당장 없거나 하는 것들. 그래서 해줄 수 있는 요리 두세 가지를 선택하라고 한다. 수프랑 빵 먹을래 뭇국에 말아먹을래.
일어나자마자 묻는데 입맛이 당길 리가 없다. 대답을 해주지 않는데 나는 끝까지 묻고 있다.
입원은 고작 이틀인데 식구들 입을 걱정하다니. 신랑이 차려줄 수 있는 반찬을 생각해 보면 먹이고 싶지 않은 반찬들이기에... 장을 보고 저녁까지 차리니 기진맥진 힘이 풀렸다. 내가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족 중 내가 먼저 코로나에 걸려 격리된 적이 있었다. 큰방에 갇혀 신랑에게 아이들 식사를 맡겼는데.. 얼마나 대단한 밥과 계란프라이를 한다고.. 둘째가 밥솥 추를 만져 증기 화상을 입었다. 그날부터 먹이기만 해다오. 놀아주기만 해 다오. 말한다. 아휴. 곱게 늙고 싶었는데 이번 생은 끝난 것 같다.
자정부터 금식. 꼬박 24시간을 못 먹으니 자정 전에 먹어야 했다. 창고 구석에 처박혀 있던 짜슐랭을 끓였다. 역시 밀가루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모두 잠든 이 밤시간을 좋아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술전날 먹는 짜슐랭은 조금 섭섭하고 외로웠다. 신랑은 내 사정도 모르고 자는 모습 보니 굉장히 밉기도 했다. 곯아떨어져 잤을 생각하니 또 짠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