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홈스쿨. 집에서 연산, 사고력, 문제집을 풀리지 않는다. 미취학 아동 때는 사고력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해서 이따금씩 시켜봤는데. 학교 입학하고 하는 게 많아져서 문제집 한 권을 추가하지 못했다. 대신, 영어로 수학 과학을 배우고 있다.
'뭐? 문제를 읽으면 어렵다고? 1학기때 뭐 하는 게 있다고 지금 어렵지? 아. 역시 문제집을 매일 풀렸어야 했나. 1학년때는 배워오는 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때부터다. 무엇이 어려운지 분석하고 지금 당장 어떤 것을 도와줄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 아이의 가벼운 소리일 수도 있는데 혼자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어떤 문제가 힘든지 알아야 했고, 우선은 도와주고 싶었다. 수학교과서 책을 펴고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이문제는 풀 수 있는지, 저 문제는 어떤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학기라서 쉬운 문제들 뿐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했다.
아뿔싸. 아이는 냅따 답에 집중했다. 문제를 읽지 않고 답을 내고 다시 돌아가 문제를 읽는 방식이었다.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나 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 문제를 먼저 읽어야 돼. 모르면 다시 읽어."
"그래. 그러는 게 좋겠어. 한 문제를 풀더라도 끝까지 도전해 봐."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엄마, 봄 교과서가 어려워."
"봄? 어떤 부분이 어려운 거야?" ('아니 또? 봄이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어렵냐.. 하..')
"시 외우는 것도 그렇고... 또..."
"아 시 외우는 게 힘들구나. 읽어보고 그림 그리듯 상상하며 읽어봐. 전에 기억나? 저녁에 엄마한테 시 외웠다고 읊어줬잖아. 잘 기억하던데..."
(그걸 말이라고 하냐... 시 외우는 거 당연 힘들지. 그냥 외워!!!라고 하고 싶었다. 너무 지친 밤이었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공부 싫다 얘기하면 저학년인데 벌써 이러면 어쩌려고 이러나. 걱정이 앞선다. 가볍게 힘든 부분을 들어보고 격려해 주고 도와주면 되는데. 내 성격인지, 학부모들이 다 그런 건지.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문제는 내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해서 풀어 도와줘야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들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도와주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앞으로 고비가 많을 텐데 내 마음을 제대로 단단히 할 수 있을까?
미리 선행을 하고 집에서 진도를 뺐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는 죄책감도 한 몫한다. 아직까지는 영어, 책 읽기, 글쓰기 모두 집에서 하고 있다. 영어도 학원으로 보내봤는데 아이 성향이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아 집에서 하게 되었다. 내 아이는 이 정도가 충분한데 학년이 올라가면 또 추가되는 과목들을 해야 한다니 학부모로서 심적으로 많이 무겁다. 이래서 학원으로 보내나 싶기도 하고. 보내면 편할 것 같긴 하다. (아닌가. 학원 숙제를 또 봐야 하니 힘든 건 매한가지인가.)
사진출처 : 픽사베이
아이의 지금 상황보다는 20대의 아이를 떠올려보고 지금을 생각해보려 한다. 이 수학교과서 한 문제, 봄교과서의 시외우기쯤은 아주 사소한 부분으로 비칠 수 있다. 아이의 힘든 과정 속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를 바란다. 소소한 성취감을 통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힘을 키우며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나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