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저음으로 깔고 눈은 희번뜩 뜨며 정확히 아이 두 눈을 응시하고 하는 말이었다. 손은 심지어 주먹을 불끈 쥐고 내 화에 못 이겨 덜덜 떨며 아주 임팩트 있게 말했다. 첫째는 이제 익숙하다는 듯, 무섭지 않은 말투로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알았어."
놀랐다. 내 모습과 아이 대답에. 아니, 내 모습에 더 놀랐었지. 무엇을 바라고 저런 협박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저것은 감정코칭도 아니고, 패서라도 아이를 단속시키겠다는 의지도 아니었다. 그저 내 말에 바로 순응하지 않았다고 화난, 깡패의 협박이었다. 돌봄을 받아야 마땅할 아이에게 저리 무식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내 감정조차 다스리지 못하고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내 마음의 불을 끄지 못했다.
아..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 머리가 커버렸다. 아직 사춘기는 아니요, 통제 불능까지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엄마가 화내면 고분고분 말 듣는 아이가 아닌 거다.
사진출처 : 펙셀즈
첫째와 둘째의 나이차이가 6살이다. 차이가 나는 아이를 가져서 그런지 외동 둘을 키우는 느낌이다. 한 명은 학업을 봐주고, 나머지 한 명은 몸으로 놀아줘야 맞는 나이이다. 두 가지를 모두 잘하려고 하니 이제 많이 지친 게 틀림없다. 첫째는 사교육을 체육 두 가지만 하고 있다. 방과 후 축구와 태권도. 그러다 보니 하교 후 집에 오면 12시 30분 혹은 1시 30분이다. 그때부터 둘째가 하원하기 전 모든 것이 끝나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첫째는 학교가 끝나면 쉬기도 하고 간식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할 일을 시작하기 전 꼬락서니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 백번 나온다. 휴.
모든 것은 나의 급한 성격에서 나온다. 둘째가 하원을 하게 되면 나는 저녁 먹기 전까지 두세 시간을 놀이터에 있어야 했다. 둘째에게도 못 놀아주는 미안함 때문에 되도록이면 자연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둘째 하원 전까지는 첫째의 할 일을 봐주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놈의 할 일. 내 기준에서의 이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그 할 일들..
'네 할 일이지 내 할 일이냐. 이거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하는 거냐..'
사진 출처 : 펙셀즈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온갖 신경을 쓰며 사회생활 열심히 하고 온 아이도 지쳐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교 후에 아주 밝게 이름 부르며 꼭 안아주고 고생했다고 말해준다. 아이의 몸도 건강하여 친구들과 문제없이 잘 지내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학교 가지 않겠다고 떼 부리지 않고 즐겁게 가주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참 어렵다. 주관을 갖고 흔들리지 않는 것. 별일 아니었는데 가끔 별일인 것처럼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