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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장 Dec 14. 2022

싸워야 사는 부부

결혼이란.

"지금 아니면 난 결혼 안 할 거야."

뭐냐. 지금 이 남자한테 프러포즈한 거냐.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나 몰래 완벽히 준비한 프러포즈. 꿈꾼 적이 있다. 뭐랄까. 장미꽃과 촛불 가득한 호텔방에 와인과 다이아몬드 반지 받는 그런 프러포즈. (MZ세대는 이런 거 안 하나.) 생각지 못한 거라 막 감동하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 그런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때 당시 그것은 드라마뿐이라 생각했다. 사랑받는 남자보다 사랑하는 남자가 더 흥미로웠다. 돈은 없지만 꿈이 있는 이 남자. 빨간 망토 둘러 입은 슈퍼우먼처럼 돈은 나도 벌면 되지. 하고 쿨하게 생각했다.

오 마이 갓. 죽도록 사랑했나 보다. 미쳤지.




그때 꼭 했어야 했니. 꽃다운 27살.  사회적으로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는 추세이지만 이때 당시에도 30 전에는 결혼하지 않던 시절. 결혼 전, 외국 유학을 가고 싶었다.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 돈을 악착같이 모았다. 떠나기만 하면 되었는데. 결혼은 이 남자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원하던 유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남자. 다시 돌아가도 이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엄마 아빠도 이른 나이에 결혼하셔서 취미생활하시는 모습들이 좋아 보였다. 비록 무일푼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이라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같이 이뤄낸 시간들이 값지다 생각했다. 아빠가 늘 말씀하셨다. 결혼은 일찍 해야 한다고. 그래야 결혼하고 애 키우고 지금 여행 다닐 수 있는 거라고.

늘 아빠 말은 콧방귀로 뀌다가 왜 이 말에 꽂혔었는지.




원래 나와 다른 성향에 끌려 결혼하다가 그것 때문에 환장할 노릇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어느 것 하나 맞지 않았다. 회를 끔찍하게 좋아하는데 고기파이고, 빵은 종류별로 먹어보고 싶어 하는데 항상 밥을 외치고. 치킨을 시켜 먹으면 허구한 날 밥을 먹던 그였으니까. 30센티 키 차이만큼이나 걷는 속도도 다른 우리. 사귀는 시절부터 파이팅 넘치는 우리의 싸움은 결혼하고 나서도 진행되었다. 그지같이 많이 싸워서. 그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나 할 정도로 지금은 평화롭다. 참고 살지 못하는 성격에 감사해야 한다고 해야 할까. 그 싸움 덕분에 우리는 서로 할퀴고 상처받으며 상대방의 기호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숨만 쉬어도 서로의 분위기를 알았으니까.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진정으로 사랑. 존중. 배려. 감사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말을 하고 표현을 해야지 상대방이 안다고 주장했었는데. 말을 하지 않아도 묵묵히 기다려 주는 것. 시시콜콜 모든 사건에 토를 달지 않고도 마음으로 통할수 있다는 것. 화가 나면 나는 데로 내 감정을 들쳐 보여주는 것이 결코 좋은 해결점은 아녔으리라.

지금 서로 다른 성향이 만나 단점이 잘 보완되는 것을 보면 이 사람 만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출처 : 뒤뷔페 그리고 빌레글레전 소마미술관

우리는 우리의 어린아이들을 우리와 묶어서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 부부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란 우리의 선생님이자 선물이다. 이제야 이 문구가 가슴으로 와닿는다.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지만 우리 사이에 이것 또한 의미가 있다 생각해본다.


비 온 뒤에 땅은 굳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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