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쌈장 Dec 11. 2022

원치 않던 둘째 출산.

어떻게 되겠지란 생각은 위험하다.

"니는 회사갈 거 자나."


한가로운 저녁시간. 차려진 것 없이 밥과 김치만 있는데 꽤나 맛깔스러웠다. 원래 사랑하는 아들이 먹다 남은 밥은 가차없이 바로 버리는데 그날은 그분이 오셨는지 흰밥이 꽤 맛있었다. 밥과 김치가 내 입안에 무한대로 들어갔다. 


밥그릇을 한 그릇 비우고선. 밥 먹었어, 안 먹었어. 아들에게 물으며.

남은 아들 밥을 거침없이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다. 다른 시선 따윈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남은 밥에 집중하며 먹고 있을 때 신랑이 의심쩍으며 묻는다. 

“이상한데.. 너 오늘 좀 이상하다. 혹시?” 

“아 뭐래. 저리 가. 됐어. 아들이랑 둘이 목욕이나 해.” 




갑자기 망치 맞은 듯 뇌가 정지했다. 갑자기 멍해지고 순간 멈칫하며 밥맛이 뚝 떨어졌다. 그때 당시 일을 찾아서 다시 하고 있었다. 아이도 7살이라 유치원에 잘 다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둘째 육아에 대해 생각도 안 했을뿐더러 그냥 자신이 없었다. 다시 찾은 자유시간과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첫째에게 동생이 생겼다니 좋으면서도 뭔가 불안하고 내심 떨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그날이 다가왔는데 시작하지 않아 정말 이상한 게 맞았다. 가방 저 구석에 있던 임테기를 발견하고 곧장 화장실로 갔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실눈을 살짝 뜨고 봐도 두줄.

양성이 나왔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목욕하고 있던 신랑과 아들은 경사 났다고 난리부르스. 저 인간이 미쳤나. 혼자 소파에 털썩 주저앉자마자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두 번째 출산, 벌써 무서웠다.  




“띠리링. 띠리링.” 깜짝깜짝 놀라며 받기 시작되는 전화 벨소리. 

또 시작이다. 조리원 모유 시간. 고군분투하며 싸웠던 그 모유 전쟁. 해보긴 해봤으나 7년 전이라 기억이 날 리가 없다. 둘째는 돈으로 키운다는 달콤한 이야기도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바로 분유만 먹이면 정 없어 보이니 나름 타협점을 찾아 한 달만 먹여보기로 한다. 




“엄마, 분유 먹어도 괜찮아. 분유 맛이 더 좋아.”라고 말하듯 모유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예~스. 

진통보다 괴로운 젖몸살에 걸려 가슴이 띵띵 부었다. 스치기만 해도 고통스러워 사나운 고슴도치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선천성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재검사를 했다. 더 낮은 수치로 나와 대학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전문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당장 정밀 검사를 다시 해봐야 한다는데 서울대 병원은 5개월 뒤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병원에 아는 사람 없으면 그냥 죽는 건가. 막막했다. 여러가지 힘든 상황들로 인해 하느님에게 원망했다. 이 코로나시기에 마스크도 못 쓰는 이 상황이 야속했다. 이 험난한 길을 앞으로 어떻게 버티고 견디지. 첫째는 이 와중에 학교 입학을 해야 하는데. 


자식은 둘은 낳아야 좋다고 하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