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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n 18. 2023

너로 인해 변해있던 따뜻한 공기

대체불가한 문화콘텐츠를 가진 아이

아이는 4학년때까지 '교내 장기자랑'에서 춤을 추었다. 5학년인 올해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한다. 신청할 때 담당선생님께 '건강문제가 있어 뒷 날짜에 하고 싶다'는 메모를 넣었다. 아이에게 마지막날 끝시간이 배정되었다. 신청곡은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너머"이다.  가사가 예사롭지 않다. 어디까지 이해를 하고 부르는 것일까. 아이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노래를 들어보니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의 높은 자존감은 칭찬하지만 메타인지가 요구된다.


생각이 많은 건 말이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

문을 열면 들리던 목소리

너로 인해 변해있던 따뜻한 공기

.......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장기자랑은 차치하고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정확한 보컬트레이닝을 알려주어야겠다. 전문가가 필요할 때는 "숨고"를  찾는다. 세상에는 참 많은 '숨은 고수'들이 포진해 있어서 클릭 몇 번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뜻밖에 '당근'에 '보컬레슨' 광고가 올라와있다. 어떤 고수는 '숨고'에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당근'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일회체험'을 예약하고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현관문을 열자 복도를 따라 꼭 같이 생긴 출입문들이 수없이 있다.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곳이다. 분명 신발장에는 신발들이 많은데 조용하다. 방음이 완벽하다는 뜻이다.

열창하는 표범


작은 스튜디오 안에는 음향과 녹음시설 큰 건반등이 설치되어 있다. 영상 속에서만 보던 마이크를 실제로 접한 아이의 입꼬리가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다. 고수선생님은 조음기관에 대해 설명해 주고 발성연습을 시킨다. 노래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손짓과 몸짓도 알려 주신다. 장기자랑 당일 입을 옷 노래에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게 좋겠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대체불가한 문화콘텐츠'를 가진 아이로 자라나기를 망한다. 지금의 모든 걸음걸음은 그것을 찾아가는 무수한 길중의 하나일 것이다. 11년 동안 시도했다가 중단하고 바랐다가 실망하고 원했다가 포기했던 것들은 다만 아이에게 맞지 않은 몇 가지를 미리 알아낸 것뿐이다. 


아이가 바둑을 시작했을 때 기뻤고 삼 년 만에 그만두었을 때는 잠시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었다. 나의 욕심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마음을 내리고 비운다.  그게 무엇이든 아이가 원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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