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내 손을 잡아끌어 어린이집으로 갔다. 그곳에 가면 친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들어가서 즐거운 얼굴로 이것저것 탐색하더니 내게 '빠빠이' 한다. 바로 앞 커피집에 앉았다가 데리러 갔다. 나를 보더니 안 나오려고 숨는다. 오전만 놀다 오기를 4일째, 감기에 걸렸다. 겨울 지나도록 병원 한번 간 적이 없었는데.
유난히 친구나 또래, 언니, 오빠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아기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환호한다.
잔인했던 4월부터 어른들의 세상은 참 참담하고 일상의 웃음조차 부끄러운 요즘이다. 개인의 분노는 초라할 뿐이라 걸어둔 노란 리본뿐이지만, 아는 게 힘일진대 원하는 이들이 모이면 옳은 정보도, 밝은 세상도 이루어질 터. 간절한 바람은, 우리 아가가 살아내야 할 미래는 지금의 우리 어른들이 이상으로만 상상하던 모든 것들이 일상이 되어있는 그런, 참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2014.12.20
아기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을 때 아기가 간식을 먹고 있을 때가 있다. 나를 보고도 바로 뛰어나오지 않고 결연하게 앉아 자기 몫의 간식을 다 먹고 일어서는 아기를 본다. 며칠 전 저녁시간, 작은 손에 쥔 숟가락으로 식판의 반찬들을 밥에다 옮기더니 흘릴세라 입을 식판 가까이 대고 떠먹는다. 그럴 때 이유 없는 슬픔을 느낀다.
이 아기가 세상을 살아내고 있구나.
아기가 나날이 새롭게 하는 말, 매일매일 불러주는 귀한 노래. 간직하고 싶은 시간들. '엄마가 아파요' 란 제목의 책을 읽어준 날 아기가 말했다. "다행이야 엄마가 안 아파요" 34개월령의 아기가 그렇게 어여쁜 감수성을 보여준다.
교육학에서는 아기에겐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생득적인 기제가 존재한다고 한다. 공감한다. 요즘 아기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나 거부하고 싶은 것은 말끝에 "뭘" 을 붙이는 것으로 해결한다.
"밥 먹어야지~" "밥 먹어 뭘"
"정리하자~" "정리하자 뭘"
간단히 자신이 감정을 표현한다. 작디작은 아기는 매일 자신이 컸음을 알린다. "리나 많이 컸어요?" "이거 눌러도 돼요?" 많이 커서 '다섯 살'이 되면 눌러도 된다고 약속한 '비데.' 다섯 살이 되었는지, 눌러도 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 '아가야 다섯 살은 네가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되는 시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