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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pr 26. 2023

큰 병원

5월 8일, 목발두달

 아이와 삼성병원에 갔다. 검색해 보니 지하철과 택시의 소요시간은 같은데 아이 다리가 아프니 택시를 탔다.  미리 휴대전화로 넣어놓은  삼성병원 QR출입증으로 출입한다.  모든 접수는 키오스크로 한다. 요즘은 어딜 가나 키오스크다. 삼성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기계가 많으니 줄을 안 서도 되고 대면 안 해도 되는 편리한 점이 많다. 아이의 접수번호를 몰라도 주민번호를 넣으면 된다. 접수하고 타 병원에서 가져온 영상을 등록한다. 출근했던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병원으로 왔다. 대기 스크린을 보면서 차례를 기다린다.


대기순서 12번이다. 아직은 스크린에 이름도 올라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아이의 이름이 호명된다. 들어가니 선생님이 여러분 계신다. 다리가 언제 어떻게 아팠는지 어디가 제일 아픈지 묻고 대답하고 아이는 침대에 누워서 진료를 기다린다. 기다리던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 나오신다. 먼저 영상을 보고 대동한 옆의 전공의와 말씀을 나누고 아이를 진찰한다. 전문용어 사이 언뜻언뜻 "착각할 수도 있지만" "수술을 안 할 수도 있지만" 소리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의 다리를 이렇게 저렇게 만져 보고 비틀면서 증상을 물어본다. 우리들은 의사 선생님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수술해야 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비수술의 기적을 기대했나 보다. 억장이 무너진다. 수술날짜가 5월 8일로 잡혔다. 수술시간은 1시간, 입원은 2박 3일, 수술 후 두 달은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채혈, 심전도, 흉부사진, 소변검사를 하고  돌아갔다가 수술날짜 하루 전에 입원하라고 한다.


"수술 후 두 달 목발 짚고 생활해야 한다" 부모와 내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다. 몇 해 전 사위가 야구하다가 발을 다쳐 두 달 넘게 목발짚은 적이 있어 그 고통을 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주차장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그 짧은 동선에 사위의 얼굴과 온몸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한여름이었는데 뼈회복에 좋은 사골국을 끓이느라 나도 몸살이 났었다. 


부모가 키오스크로 정산을 하는데 아이가 기계사이로 얼굴을 쏙 내밀며 "난 돈덩어리"라고 말한다. 늘 내가 하는 말이다. "그래 우리 복덩어리야" 하고 화답해 준다. "수술비는 얼마라노?" 아무도 그걸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들 정신이 반은 나가있었네. '수술', '아이목발 두 달'에. 


옥상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아빠의 등에 업힌 아이의 얼굴은 행복해 보인다. 계단수가 꽤 되는데 사위는 무겁다는 말도 없이 올라간다. 부모의 마음이나 할머니의 마음이 이 순간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가장 약한 순간이 가장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이번주 들어  처음 학교에 간 아이 가방을 받아주러 갔다. 아이는 학교와 붙어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부목을 하고 친구들과 시소를 탄다.  학교에서 열리는 장기자랑에서 해마다 춤을 추던 아이가 이번에는 친구와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그 날짜에는 노래 부르기 힘들 것 같아서 같이 놀고 있던 그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혼자 부르던지 리나가 다리 좀 나으면 더 뒤의 날짜에 같이 부르던지 생각해 보라고. 


수술 후 재활치료가 중요하다고 한다. 병원생활도 같이 해야 하고 재활치료도 데리고 다녀야 할 테니 내 건강이 참 중요한 시기다. 아이의 삶에서 의도치 않게 방향키가 돌아갔다. 아이를 사랑하는 우리가 함께 운전대를 놓지 않고 단단히 쥐고 있으면 결국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게 될 터이다. 우선, 내가 잘 먹고 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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