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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Dec 01. 2022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갱생 프로젝트로의 초대 from.나의 꽃

“어머나, 벌써 7cm이나 열렸어요. 괜찮았어요??” 간호사 선생님 말씀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토록 바랐던 나의 아기를 마주할 시간이 임박했다.


출산의 기미가 없어 제왕절개 날짜를 잡아 둔 하루 전 날이었다. 진진통인지 긴가민가하던 와중에 혹시나 싶어 병원을 찾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고요한 새벽길을 분주히 달려갔다. 아니면 말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곧 만날 수 있겠다고 한다.


자궁문이 7cm이나 열렸지만, 가진통 같은 느낌뿐, 불편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입원실에 올라가 짐을 풀고, 여유롭게 셀카를 남겼다. “자기야. 나 출산 체질인가 봐. 할만한데??” 자연주의 출산을 위한 가족분만실 소파에 앉아 각종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설명을 듣던 중, 왈칵! 하고는 뜨끈한 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갱생 프로젝트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을까.




제법 센 진통이 시작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던 터라 듈라선생님의 마사지를 받고, 남편과 함께 호흡하며 출산에 시동을 걸었다.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미칠 듯한 고통이 이어졌고, 우아하지 못한 울부짖음으로 분만실이 가득 찼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진통을 겪었다. 출산 체질은 개뿔. (자연주의 출산이라 무통 천국을 맛볼 수 없었다. 자연의 순리대로 그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오전 7시, 담당 선생님께서 출근하자마자 나를 보러 오셨다. 선생님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선생님, 저 수술하면 안 될까요?”

“자궁 문도 다 열렸고, 아이도 거의 다 내려왔으니 30분만 더 버텨봐요.”

30년 같은 30분들. 그렇게 4번을 기다리고 기다린 후,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나는 죽겠는데 자꾸 버텨 보라니, 그렇게 반가웠던 얼굴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저 그냥 수술해주세요. 못하겠어요.”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지만, 아이가 장군 체격이라 제왕절개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터였다. 병원 도착 당시 분만 선택의 기로에서 호기롭게 자연주의 출산에 도전을 외쳤다. 진통이 견딜 만했기에. 그때까진 몰랐다. 출산의 고통이 이토록 힘겨울 줄은. 수술이 이토록 간절해질 줄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며 자연분만 출산 침대로 이끌었다. 베테랑 수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번갈아가며 확인을 한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더 이상 내가 내가 아니었다. 정신도 아득하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힘줄 힘도 없었다. “산모님, 안 되겠네요. 수술해도 괜찮으시겠어요? 머리가 걸려서 못 나오는 거 같아요.” 수술해달라고 해달라고 몇 번을 애원했건만, 이제야 수술하자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10초 간격도 안 되는 진통으로 죽겠는데, 수술실까지 혼자 알아서 걸어가라니. 너무 외롭고 마음이 힘들었다. 부축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쓸쓸히 수술실 복도를 기어가야 했다.


그렇게 급히 응급 제왕수술 준비가 시작되었다. 차디찬 수술실은 매우 분주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여러 기계와 기구들이 차려졌다. 내 몸도 여러 손들에 둘러 쌓여 수액이 연결되고, 수술 준비가 한창이었다. 수술대에 올라가 눕기도 전에 얼른 마취부터 시켜 달라고 사정했다. 극심한 진통에 정신이 아찔했지만, 곧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모든 것이 평온해졌다.




눈을 떠보니, 새하얀 형광등 아래 누워있었다. 수술 끝난 건가? 아기는 잘 나왔을까? 휴, 진통 없으니 살 것 같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가 사진을 내 손에 쥐어 주시고는, 내 배를 인정사정없이 눌러 내셨다. 아팠지만 진통에 비하면 아주 온화한 통증이었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게 인생이라 던데, 역시나 임신, 출산 또한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육아, 계획이 무쓸모인 육아 또한 나의 인생이 되었다. 이 날을 시작으로 나는 나의 꽃으로부터 인간 갱생 프로젝트에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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