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창을 열며(삶이 보이는 창 128호 발행인 글)

by 이호동

겨울나기


지난가을에 희망찬 출발을 했던 위드 코로나는 오미크론이라는 변이종의 전 세계적 확산과 함께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겨울은 역시 겨울입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맞이까지 견디는 겨울나기를 영어권에서는 윈터링(wintering)이라고 부른답니다.

꽃과 잎이 떨어진 나목들이 모진 찬바람에 휘청대는 겨울은 상실과 삭막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생명력을 잃고 스러지는 것 같은 식물들이 다음 봄을 향해 잎눈과 꽃눈을 품고 견뎌내어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마침내 움트는 기적이 일어남을 우리는 압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인생의 겨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이 피해 갈 수 없는 인생의 고갯길입니다. 그 고비마다 잠깐의 휴식과 견딤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충전하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 인생길의 신비입니다. 대지가 얼어붙는 멈춤의 시간에 동면을 하는 길짐승들처럼 인생의 겨울잠은 결코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고 견뎌내며 채우는 시간입니다. 겨울이 그저 모질고 혹독한 계절이 아니고 비움과 채움이 오롯이 도드라지는 것은 봄의 기적을 통해서입니다. 어디서 온 기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생명의 움트는 시간을 선사하는 봄의 기적은 겨울나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마법이지요.

겨울나기의 이면과 심층을 들여다보면 윈터링은 충전의 계절이네요.

이번 겨울나기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이 겨울을 나는 동안 세상은 가을의 ’ 위드코로나‘에 대한 기대를 가라앉히고 오미크론이라는 변종이 인류를 한겨울 추위처럼 움츠러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백신 부스터 샷이 진행되고 있고 치료제가 개발되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느릿느릿 애가 타지만 코로나겨울은 또 견뎌내어지고 있네요. 세 번째 맞닥뜨린 코로나겨울나기는 또 어떤 봄을 예비하고 있을까요? 인생의 겨울나기처럼 이번 봄은 이전의 봄과 좀 더 다른 봄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동토에 온기가 가득해져 해동이 되는 신비스러움을 넘어 여름과 가을의 충만함과 여유로움이 봄기운에 실려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심정입니다.

이렇게 모진 겨울나기를 통해 우리 삶이 좀 더 깊어지고 따뜻함을 갈구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과 동행을 실천하는 충일의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통당하는 길거리의 노동자, 농어민들의 신음, 하루벌이를 염려하는 자영업자, 그나마 관심에서 멀어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 모두를 함께 염려하는 연대의 겨울나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세 번째 맞이하는 코로나 겨울나기에 힘이 벅차지만 삶이 보이는 창도 묵묵히 열려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중한 읽을거리에 대해 정성과 따뜻한 시선을 거두시지 않는 한 앞으로 몇 번의 겨울나기라도 여러분과 함께 견딜 것을 약속드립니다. 삶창을 펴내는 (사)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의 20주년 생일 인사를 굳은 다짐으로 가름합니다. 건강하게 겨울나기 하시고 좀 더 기운을 얻은 따뜻한 봄에 다시 뵙겠습니다. 삶창을 아껴주시는 여러분 사랑합니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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