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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관조 Jan 05. 2023

29_어느 8월의 슬픈 이야기

2022.11.30.

무덥던 8월 어느 날


동쪽

권금성의 연무에 파묻히고 화암사를 거닐며 다정히 속삭였어요.

쪽빛 바다를 품에 안은 채 어린아이처럼 물놀이하던 둘은  

속초 아이 사랑을 나누며 행복했어요.

     

서쪽

꼬리별 닮은 카페에서 물 들어오는 바다를 한없이 바라봤어요.

족욕을 즐기며 책 읽던 둘에게서

원앙이 따로 없어 보였어요.    

 

남쪽

로스트 인 홍콩에서 누아르를 맛보고

산모퉁이에서 차를 마시며 백악산 자락을 함께 바라봤어요.

흑맥주 잔 들고 낙산 낙조를 음미하던 둘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했어요.  

    

북쪽

어느 찻집 커다란 창 너머로 북한산을 바라보며 힐링을 했어요.

어깨를 기댄 둘 사이로 꿀물이 넘쳐흘렀고

진관사 계곡에 발을 담그며 천진난만하게 놀던 둘은

세상 부러울 게 없었어요.     


개뿔!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이별의 씨앗이 그때 싹텄을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둘은 아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저 별이 꿈꾸는 욕망을

혼자 온전히 채워줄 수 없는 해바라기는

아린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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