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인연
일부러 하려고 해도 안 되는 인연
우리 나원씨와 시부모님은 사이가 굉장히 좋은 편이시다. 서로 때마다 챙겨 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통화도 자주 하신다. 아무래도 이렇게 된 배경에는 첫 만남부터 시작된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17년 전 부모님들이 서로 만나시게 된 계기가 우리 부부가 결혼 직전에 경기도 용인 남사를 지나다가 5톤 트럭 기사분이 조는 바람에 차가 전복되는 큰 사고를 겪게 되었다. 우리는 그 사고로 40일이 넘게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그때 부모님들이 처음 만나시게 되었다. 사전에 부모님들은 서로가 전라도 출신이 같다는 이유로 이미 벌써 오픈마인드가 되어 있었고, 대동단결 하실 수 있었다.
그때 부모님들은 우리와는 상관없이 결혼식을 추진해 나가셨고, 마침내는 날짜까지 받아 오셨다. 늦은 가을에 사고가 났으니 그로부터 채 3 개월이 지나지도 않은 기간이었다.
정신없이 퇴원 후에 분위기에 휘말려 어~어~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이 일어나고 말았다. 어른들 말씀이 결혼은 멋모르고 해야 한다는 말! 이거 재고 저거 재다가는 다 그르친다는 말이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정신없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우리의 결혼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남편을 만난 건 대학교 동아리 선후배로 지내면서이다. 대학교 때 서로 마음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둘 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결국엔 CC는 해보지도 못하고, 졸업 후에 3년이 지나서야 다시 인연이 맺어졌다. 정말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나 보다.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남편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부모님이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식사와 디저트를 먹는 내내 아버지가 부엌을 내내 떠나지 않으시고, 과일도 직접 깎아주시고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남자들은 말 그대로 가부장적 모습의 전형이라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온 나는 남편의 집 분위기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고, 아버지 자리의 부재에 대한 열망이 항상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터라 이런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 집 방문 후에 더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예식장 예약은 물론 웨딩촬영 신혼여행 예약들이 해야 할 일들이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신경을 쓴 부분이 청첩장이었는데 남편과 나는 전혀 의식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청첩장을 받아 든 사람들의 반응들이 의외였다. 나름 고급스럽게 만들려고 했는데 반응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대뜸 하는 말이 "이거 완전히 삼순이 집안이네!!"라는 것이었다.
다시 청첩장을 살펴본 후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청첩장에 찍힌 부모님의 성함이 다 순자로 끝나 있었던 것이다.
김공순
도평순
유선순
엄마의 개명 전 이름이었으니 모두가 순자로 끝나는 것이 맞다.
이것도 인연인 걸까? 서로 동향에 마음 맞는 사돈에 이름 끝자까지 같으니 왠지 더 끈끈한 인연으로 묶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자매처럼 지내시는 엄마와 시어머니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우리의 나원씨도 시부모님이 맘에 드시는지 항상 부모님한테 잘하라고 하시고, 당신의 딸이 시댁과 잘 지내는 모습에 상당히 만족해하시는 눈치이다.
솔직히 주변에 고부간의 갈등을 겪는 친구들이 있는데 사실 속으로 하나도 공감이 안가는 부분도 많다.
어쩌면 외눈박이 물고기 나라에 내가 비정상인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항상 나원씨, 우리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무탈하신것에 항상 감사드리고,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이 요즘들어 많이하게 된다.
나원씨, 부모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