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유 있게 살아보자
온르 엄마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만나서 운동하고 밥도 먹고 헤어진다. 내가 가끔 엄마가 사시는 부천에 가거나 엄마가 오산에 지하철을 타고 오신다.
오늘의 코스는 동탄의 여울공원을 한 시간가량 산책하고 세라젬 웰라운지를 가서 척추와 저주파 관리를 받은 후에 복부 마사지까지 풀코스이다.
이렇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생각보다 이동하고 관리받는 시간이 조금씩 밀리게 되었다. 수업은 늦어도 오후 2시까지 와야 하는데 아침에 이 세 가지를 하고 시간을 보니 12시 40분이다. 밥만 먹고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다.
맛집이라고 찾아간 곳에서 우리는 맛도 느껴볼 새도 없이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다행히도 엄마는 너무 맛나게 잘 드셨고,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점심을 먹으며 느낀 것이 엄마도 나와 이동하는 중에 내내 전화받느라 바쁘셨다. 엄마도 숙박업을 하시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면 전화기에서 불이 난다.
나 또한 내일 중요한 학생들 시험이 있는 날이라 마음이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한 일정에 대해서 엄마는 매우 만족하셨다. 세라젬 관리도 너무 좋아하셔서 부천에 있는 지점도 알려드렸고, 특히나 복부마사지까지 할 때에는 엄마가 코를 골며 주무실 정도로 피곤함이 싹 달아났다고 한다.
이럴 때 너무 행복감을 느낀다. 이게 행복이지... 더 뭘 버라나 싶다. 엄마가 같은 연배의 분들에 비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건강하시고 젊게 사시는 게 좋다.
하지만 밥을 먹으면서 내가 엄마에게 건넨 말은 "엄마, 우리는 왜 맨날 이렇게 바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좀 여유 좀 가지고 살자."라는 말에 극공감하셨다. 이제 그렇게 바쁘게 살 필요도 없는 상황인데도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DNA여서 그런지 나 또한 엄마와 판박이다. 집에 있어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뭔가를 해야 되고 여행 가서도 여기저기 깃발을 꽂으러 다니는 것처럼 목표지향적으로 다니는 것을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래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 모녀 어디 갈 때마다 참 많이 닮았다는 말을 요즘 들어 자주 듣는다. 자라면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는데 엄마와 내가 걸어온 길이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이런 생활이 오랫동안 함께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가을 정취에 소녀처럼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이 눈부시게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