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뜻하지 않는 밤중에 홍두깨 들이미는 사건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만드는 일.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고, 저녁 일과를 마치고 기분 좋게 남편과 가볍게 맥주 한잔 기울이고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사극도 보면서 스토리에 폭 빠져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잠깐 광고가 나가는 사이 채녈을 돌리다가 그야말로 '얼음'이 되는 순간을 맞았다.
교과서에서나 봤었던 일을 실제로 겪게 되다니... 예전 70-80년대에 있었던 일이 비극이라면 어젯밤의 소동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당한 이유로 내려진 조치라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그 배경에는 묵직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왜 그 순간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라고 말이다.
사건이 발단이 된 상황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지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어제의 사건이 진정으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배경과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로 인하여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자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우리의 권리는 얼마나 쉽게 제한될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순간 사태가 심각해졌다면 우리는 그 제한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무서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유혈사태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서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제 일은 정치적 성향이 무엇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단순히 권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일을 벌였다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니라 눈 뜨고 코베이는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