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by 정새봄





억새




바람이 천천히 숨을 고르면

억새는 끝까지 그 바람을 붙든다

흔들려도 부서지지 않는 이유를

바람에게 맡긴 채

계절은 묵묵히 지나간다






서귀포에서의 겨울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디게 다가온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억새는 계절을 서두르지 않는다. 햇볕이 충분해도 먼저 자라지 않고,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몸을 흔든다. 억새를 보면 사람의 태도가 보인다. 성급해하지 않고

방향을 다투지 않으며 스치는 바람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자신의 시간을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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