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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Nov 10. 2024

나이 따라서 책도 따라서

나의 관심사는 갈대와 같이 쉽게도 바뀌더라.

책과 친해진 시기는 20대 중반부터다.

사귀던 남자친구랑 열심히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며 놀다가 헤어지고 나니 갑자기 너무 시간이 많고 심심해져서 뭘 할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책이었다.  그때 마침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을 하면 택배로 받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역지정하면 역내에 마련된 부스에서 책을 찾아가곤 했었다. 일부러 책을 사러 서점을 찾지 않아도 되고 주문한 책을 받아서 지하철 타고 이동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때는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판매순을 보고 고르곤 했다.

내 취향을 모르고 고른 책이니 반은 실패였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시기는 에세이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싶었나 보다.

특히나 성공한 여성들의 에세이를 주로 봤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도 그 여인들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세상과 부딪히고 견디어내며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30대 초반~중반은 그림 동화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비록 많은 양의 글이 아니라도 그림과 함께 주는 선한 감동으로 그림책에 푹 빠져 버렸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도서관에서 빌린 몇 권 안 되는 동화를 반복적으로 읽어 주었고

아이가 태어나서는 늘 동화책을 끼고 살았다. 장난감도 없이 책이 장난감 역할을 했고 읽어 주던 나도 아이와 같이 감동받고 난 그때 딱 아이랑 같은 수준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는 동화책이었고 그것과 관련된 것에 일하면 잘할 수 있고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자마자 동화구연을 배우러 열심히 다녔고  문화센터 동화 수업도 땜빵으로 몇 번을 하게 되었었다.


30대 중반~ 40대는 교육서를 옆구리에 끼게 되었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는 아이들의 교육과 입시였다.  어떻게 키워야 인성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인지, 어떤 책들을 읽게 해야 앞으로 도움이 될 건지 더 나아가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어떻게 키우는지 등이 몹시 궁금했었다.

세상 문명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나 유튜브를  전혀 모르던 시절이라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교육서나 입시서는 출간되면 다 찾아서 읽은 것 같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당연히 나의 관심사는 입시였다.

대학 입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여러 책들을 보기는 했으나 정리가 되지 않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았다.

과자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으로 캐러멜류, 스낵류, 비스킷류, 캔디류 모든 걸 다 맛보고 알아야 골고루 구성을 만들어 세트로 만들어야 완성이 되듯이 입시 또한 한 가지만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듯이 봐야만 제대로 이해를 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거시적 안목에서 보고 미시적으로 들어가야 고생을 줄일 수 있다)

교과전형을 알고 나면 종합전형을 알아야 하고 다음은 논술도 알아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 정시도 알아야만 수시에 원서를 제대로 적을 수가 있다.

이렇게 알아가고 감을 조금 잡으니 아이는 벌써 고2가 되어있었다.

이때까지도 감을 잡은 것이지 완벽하게 아는 게 아닌 란 걸 입시가 끝나고서야 알았다.


여자는 사랑을 할 때마다 첫사랑이라는 말처럼 나이와 상황에 따라 나의 책 주제는 바뀌었고 그 당시는 그것밖에 안 보이더니 그 시기가 지나면 당연하게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더라. 그때의 감정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정도가 되었다.

지금 40대를 마무리하고 50이라는 길로 접어드는 지금 시기에 내 눈에 보이는 책 제목들은 성공하는 여성도 아니고 노년 대비에 눈이 간다. 어떻게 하면 멋지게 중년을 보내고 또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준비들을 해야 하느냐가 나의 관심사이다. 

아직은 높다란 산 정상까지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나는 정상을 안전히 그리고 무사히 내려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또 독서의 목적이 생긴 것이다.


책이란 1~2만 원의 재화를 치르고 타인의 지식의 정수를 뽑아낼 수 있는 가장 쉽고 편한 방식이기에 나는 최대한 기억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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