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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Nov 03. 2024

이토록 친밀한 잔소리꾼

그의 치명적인 단점

"경제는 모든 것의 기초이다."

-아담 스미스


우리 집 경제권은 남편이 가지고 있다.

나보다 경제에 더 밝고 은행 일도 더 잘 보는 그리고 주 대출자인 그가 경제권의 주체다.

반면 소비의 주체는 나다.

남편이 생각하는 소비의 범주는 먹는 것 그리고 바퀴 달린 차가 끝이다.  이것 이외의 것은 다 필요 없는 것이다.

옷은 아무거나 걸치기만 하면 되고, 타월이나 속옷은 구멍이 나지 않은 이상 바꾸는 건 낭비라고 배우고 자랐고 철저히 세뇌되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아저씨~ 타월 구멍 나는 건 본 적이 없어요. 속옷도 늘어나면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모든 걸 내가 알아서 사줘야만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도 알뜰한 가정에서 자라서 낭비하거나 치장도 하지 않는 여자다. 단지 가족 네 명의 소비 주체가 되다 보니 내가 다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즉, 싱크대 거름망과 배수구까지도 내가 나를 위한 소비하는 것처럼 비추어진다는 거다.

"-니가 뭐가 걱정이고. 카드 가지고 쓰고 싶은 거 다 쓰는데

 -그 쓰고 싶은 게 우유, 휴지, 세제, 식품 사는 건가 정말 마음대로 한번 써볼까(억울함에 얼굴은 시뻘게지고 목소리는 커진다)"


그렇다고 남편이 돈으로 내 목을 조이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잔소리가 뒤따른 다는 것이다.

그냥 별 뜻 없이 습관처럼 앞에 꼭 한 마디씩 붙인다.

"쓸 때 없는 거 왜 사노. 그런 게 낭비다. 없어도 산다" 이런 식으로

결혼 10년 차까지는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지금은 '또 시작이다'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랩 하듯 하고서 끝을 낸다. 습관이다. 뭐든 한마디 붙여야 하는

(이 사람아~ 칭찬을 그렇게 해봐라 쫌. 칭찬은 바보도 천재로 만든다는데. 사사건건 잔소리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걸 아직도 참고 있는 난 성인군자다.)


오프라인 구매보다 온라인 구매를 하다 보니 쿠팡은 구세주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택배 도착하는 날 남편이 있으면 내가 엄청난 과소비를 한다고 오해를 부른다는 것이다.(쿠팡은 물건마다 따로 개별 포장되어 배달이 오니 몇 개만 주문하면 문 앞에 택배 비닐과 상자가 쌓인다)

여러 개의 물품을 주문하는 날이면 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의 스케줄표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시간 집에 없는 날을 골라서 주문을 하는 치밀함을 가진 여자다.

도착 소리와 함께 얼른 포장지를 분리해서 감쪽 같이 정리를 해두는 노련함도 있다.

이건 다 쿠팡에서 한 묶음 포장 배송을 안 해서 생기는 문제이지 나의 소비에 문제가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워크샵으로 서울에 가는 열차표 예매를 부탁했다.

곧 전화가 왔다. 주말이라서 왕복에 12만 원 정도 한다고

그러고는 왜 안 하나 싶은 소리가 역시나 바로 나왔다.


"꼭 가야 하는 거야? 그 돈으로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으면 안 될까?"

"맛있는 거 먹으면 그때는 즐겁지. 그런데 담날 똥으로 다 나와~

 난 똥보다 경험을 택할 거야."

"............................(한참 아무 말이 없다) 알았어."


하지 말라고 해도 내가 할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내가 늘 하는 얘기다.

'입이 즐거운 것보다 경험과 기회를 가지는 게 현명한 소비'라고

그러나 우리 집 그는 오늘도 몸에 절여진 괴상한 소비관념과 와이프의 소비관념 사이에서 방황 중이다.

입이 즐거우냐 경험과 기회를  가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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