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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 명희이모 Dec 02. 2023

열심히 일한 자, 즐겨라 2

즐거운 사람들의 이야기


 "아! 즐거운 하루였어!"



 [즐거움으로 채워진 하루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일]


 우리는 행복하기를 원한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 하지만 살다 보면 행복만 있지는 않다. 행복한 자에겐 각종 시련과 고통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건 불변의 법칙이다.

 시련과 고통이 찾아온다면 이를 건강하게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한없이 나 자신을 어둠으로 가둬두기엔 우리 모두는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귀하고 소중한 존재는 아끼고 사랑해줘야 한다. 어릴 적 아끼던 곰인형처럼 말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고 있는 명희 이모는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를 나만의 방식으로 건강하게 풀어나가는 중이다. 이 경험이 좋은 양분이 되어 나를 더 아름답게 꽃 피우리라 믿어 의심치 않다.


 마트에서 산 30불짜리 원피스를 입고 시드니 시티로 향했다. 시드니 시티의 중심으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미묘하게 달라지는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에 나 또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우와.. 에너지 가득해'

.

.

 11월 30일 목요일, 시드니 시티에서 만난 즐거움 가득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 햄버거 가게의 한 직원

 -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은 관광객

 -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사람들

.

.

 즐거움 한 스푼을 담은 마음의 그릇을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닌 그 즐거움을 선물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이보다 더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첫 번째 즐거움 _ 햄버거 가게의 한 직원


 시드니 시티를 돌아다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유명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 갔다. 개인적으로 그곳의 햄버거를 좋아한다. 맛도 맛이지만 양이 많아서 좋다.

 어떤 햄버거를 먹을까 고민을 하던 중, 테이블을 닦고 있던 어느 직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어떤 햄버거를 먹을 거야?"

 고민 중이었던 나는 햄버거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는 모든 햄버거가 맛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햄버거를 말했다.

 "더블 패티에 모든 토핑을 넣은 치즈 버거를 먹어봐!"

 그가 추천한 대로 더블 패티에 모든 토핑을 넣은 치즈 버거를 주문했다. 햄버거만 먹기는 아쉬워 작은 사이즈의 감자튀김도 함께 주문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기다리는데 그 직원이 또 내게 말을 걸었다.

 "몇 번이야?"

 "33번이야!"

 "곧 너의 순서야! 신난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햄버거를 먹는 건데 본인이 더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받고 자리로 갔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는 또 말을 걸었다.

 "맛은 어때? 맛있지?"

 활짝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였기에 나 또한 웃음으로 답을 했다.

 "응! 너무 맛있다!"

 

 그는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테이블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테이블을 닦으며 매장에 있는 고객들에게 해맑은 미소로 응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많이 없는데 마치 '일을 즐기는 사람'같아서 더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는 햄버거 가게를 무대 삼아 훨훨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새 같았던 직원이었다.

 1. 테이블 하나를 닦아도 즐겁게 닦는 흥겨움

 2. 케첩이 필요해 보이는 고객에게 본인이 직접 케첩을 전해주며 기분 좋은 말 한마디까지 건네는 여유

 3. 나가고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환한 미소로 안녕을 외치는 씩씩함


 일을 즐긴다는 건 그 일을 사랑해야만 가능한 건가 싶었는데 어쩌면 그냥 삶을 즐기는 자가 일 또한 즐기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 그냥 즐기자!'


 햄버거 가게의 그 직원이 아니었다면 그냥 맛있는 햄버거로 기억되었을 텐데 덕분에 맛있고 즐거운 햄버거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 기억이 추억으로 저장된다는 건 귀하디 귀하다.


 두 번째 즐거움 _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사람들


 12월을 하루 앞둔 11월 30일. 시드니 시티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는 사람, 산타 모자를 쓰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춤추는 크리스마스 옷을 입은 소녀들 등등.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자들의 즐거움이 가득했던 시드니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캐럴을 연주하던 연주가들과 그에 맞춰 춤추던 크리스마스 분장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쾌활함에 나 또한 춤을 추고 싶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들을 따라 미소를 띠고 있었던 것도 즐거움의 포인트였다.

 모두가 소녀와 소년이 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며 까르르 웃던 그때 그 즐거움 넘쳤던 현장은 두고두고 기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그곳에서 진정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했기 때문이다. 분명 그때 그 즐거움은 훗날 힘이 들고 지칠 때 내게 에너지가 되어줄 만한 추억이 될게 분명하다.


 세 번째 즐거움 _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은 관광객


 중국에서 온 어느 중년 여성 분이 내게 사진을 부탁했다.

 "크리스마스트리랑 같이 나오게 사진을 찍어주세요!"

 사진을 찍으려는데 한 손에 들려있는 외투가 눈에 띄었다. 외투를 들어주고 다시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려는데 모르는 사람과도 함께 사진을 찍자며 손짓을 하던 그녀의 모습에 '밝은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몇 장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녀는 마음에 든다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서로 안녕을 하고 헤어지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내 손에는 아직도 그녀의 외투가 있다는 것을.

 '아! 맞다! 외투!'


 수많은 인파 속 그녀를 찾기 위해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진을 찍어주기는 했지만 얼굴이 순간 기억에 나지 않은 것도 있다.


 결국 그녀를 찾지 못하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했다. 한참을 그녀의 외투를 안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날이 어두워져 전철을 타러 갔다.

 전철을 타면서도 외투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전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인연이라면 만나게 될 거야. 그때 전해주지 뭐!'

 참 신기한 게 그 생각을 하고 몇 분 후 어디선가 나를 향해 웃으며 손짓을 하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오! 여기서 만나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나서 전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만 했는데 진짜 그녀를 만나 외투를 전해줄 수 있게 된 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외투를 바로 전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을 하며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의 인연에 대해 웃음으로 감사함을 나눴다. 서로 안녕을 하는 순간까지도 활짝 웃으며 이 만남을 즐거워했다.

 '함께 사진이라도 찍을 걸 그랬나?'라는 걸 그녀가 전철을 탄 후에 생각을 해서 아쉬웠다. 대신 우리가 만났던 장소를 사진으로 남겼다. 오후 8시 52분 [TOWN HALL] 역 2번 플랫폼에서 만난 우리를 기억하고 서로 나눴던 행복한 미소를 추억해야겠다.

 


[기억과 추억은 한 끗 차이]


 단순히 기억되는 영역이 아닌 이를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참 귀한 감정인 것 같다.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즐겨보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함을 느꼈던 하루였다.

 즐거움 한 스푼이란 건 거창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어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줄 아느냐가 중요하다. 남들에겐 별 거 아닌 일이 내게는 아무와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 곧 추억일 테니 말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워킹'에만 집중하려 했던 나였기에 '홀리데이'를 잘 즐길 줄 아는 멋진 명희 이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내가 즐기려고 하니 즐거운 일들만 가득했던 11월 30일의 하루를 기억, 아니 아니 추억해서라도 말이다.


 남은 2023년, 즐거운 기억을 모아 추억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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