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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 명희이모 Dec 30. 2023

포트스테판 투어를 가다


 명희 이모는 투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짜인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편.
 시드니에서의 홀리데이를 보내면서 매일 내게 던지는 질문 하나가 있다.
 ’오늘 뭐 하지?‘
 이에 대한 답변은 늘 똑같다.
  ’ 집에 있지 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던 명희 이모는 문득 [하루만큼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던 어느 날, 홈 메이트인 이슬이가 내게
 “언니! 저랑 포트스테판 투어 같이 갈래요?”
 라며 제안을 해 주었다.
 ’ 포스스테판 투어•••? 그게 뭐지?‘
 찾아보니 자연 속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크루즈도 타고 모래썰매도 타고! 와인 시음까지 할 수 있는 초! 특! 급! 투어였다. 그리고 홈 메이트 이슬이에게 말했다.
 “말해 뭐 해! 가보자구요!”

 2023년 12월 28일 목요일 04:30

 부랴 부랴 준비를 하고 5시 30분 출발 전철에 탑승했다. 아슬아슬하게 나온 터라 아침부터 전력 질주를 했다는 건 안 비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 공기와 새벽 풍경! 딸기 농장 이후로 처음이다. 투어를 신청한 덕에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스트라스 필드역에 도착했다. 6시에 모여서 6시 10분에 출발하는 건데 모두가 일찍 모인 덕분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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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님 : 저희 회사가 50년이 됐는데 50년 역사상 제일 빠른 출발입니다~!

 여행객들 : 우와아(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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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시티에서도 픽업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동안 잠시 편의점에 다녀왔다. 거기서 발견한 졸려 보이는 아기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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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려 보이는 아기 코끼리 눈처럼 똑같이 멍 때리던 명희 이모는 버스에서 죽은 듯 잠에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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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님 : 자자 일어나세요~!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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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렁찬 기사님의 목소리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2시간 이동이라고 들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진 2시간이었다. 그 정도로 꿀 같은 잠을 잤다.


 첫 번째 일정_돌고래 크루즈

 작은 크루즈를 타고 자연에서 살고 있는 돌고래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돌고래가 기분 좋으면 등장하고 기분이 안 좋으면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돌고래를 보지 못 해도 배 타고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작은 크루즈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 12월의 시드니는 날씨가 흐린 날이 더 많았는데 오늘(12월 28일) 만큼은 맑음이다. 역시 나는 럭키 명희다!

 아무도 2층으로는 올라오지 않길래 이때다 싶어서 사진을 남겼다. 배가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신이난 듯한 명희 이모다.

 하늘과 바다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푸르른 하늘과 바다가 나의 속도 뻥 뚫어주는 듯했다.

 토이스토리에서 본 듯한 구름이 잔뜩 하늘을 덮었다. 구름 하나하나가 다 캐릭터가 있는 것 같았다.

 구름 1 : 어이! 명희! 즐거워 보이는군!

 구름 2 : 허허허. 해피 홀리데이, 명희 이모!

 섬 한가운데에 있던 어느 집. 풍경 좋은 곳에 집이 달랑 하나 있었는데 휴가를 저곳에서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뛰어들고 싶은 푸르디푸른 바다다. 물속으로 뛰어들면 스펀지송과 별가가 반겨줄 것만 같다.

 스펀지송 : 하하하하! 명희~! 하하하하!

 별가 : 며엉희이 안녀엉

 럭키 명희는 돌고래를 만났다.

 심지어 총 세 마리의 돌고래를 말이다. 자유롭게 바다 이곳저곳을 누비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모습을 보여줘서 고마워, 돌고래 친구들!”

 돌고래 친구들을 봐서 그런가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인스타에 그 햅삐 고양이•••맞나? 그 멜로디가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해삐해삐해삐~’

 젠틀하셨던 선장님!

 선장님과도 사진을 남겼다. 정말 젠틀하시고 가이드 또한 잘해주신 덕에 더욱 재밌게 느껴졌다.



 두 번째 일정_인생 비빔밥 먹기

 인생 비빔밥으로 소개되었던••• 그 비빔밥이다. 사실 그냥 그렇다. 1시간 30분을 뙤약볕에서 배를 타고 먹으니 맛있게 느껴진 것일 뿐 ‘인생’이라는 단어가 비빔밥을 꾸며줄 만큼 맛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꺼억-


 세 번째 일정_포트스테판 모래썰매 타기

 포트스테판은 사막이 아니라고 한다. 바람에 의해 모래가 쌓이게 되었다고 한다. 높은 모래의 다른 한 편에는 푸르른 바다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모래가 바다를 삼킨듯한 모습의 포트스테판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예쁜 장소이다.

 멋진 장소와 멋진 명희 이모!

 폴짝! 하고 뛰는 명희 이모

 저 멀리 떠나가는 자동차와 명희 이모

 명희 : 나도 같이 가!

 자동차 : 도망가자!!

 멋진 포즈라고 생각했으나 똥 싸는 포즈인 듯한 묘한 자세

 두 팔을 활짝 펴고 다리를 한쪽 올려보세요!

 나름 두 개의 하트를 만들어본 명희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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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은 명희 이모의 인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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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스테판 모래 썰매는 생각보다 힘들어서 2번 이상은 어려웠다. 재미있어서 여러 번 타고 싶었으나 2번이 적당한 것 같다.

 뜨거운 모래가 발을 후끈후끈하게 했지만 고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들어올 때마다 보드라운 촉감이 나의 기분을 좋게 했다.

 푸른 하늘과 베이지색 모래가 선명한 경계를 이루었고 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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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일정_와인 시음

 포트스테판 근처 와이너리에서 와인 시음을 했다.

 1. 모스카토

 2. 포트스테판 와인

 3. 레드 와인

 4. 포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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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종류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제일 맛있는 건 기억이 난다. 명희 이모는 제일 맛있었던 와인 한 병을 구매했다고 한다•••

 와인 시음도 너무나도 좋은 경험!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어줬다.

 명희 이모가 제일 맛있다고 느꼈던 와인은?

 포트스테판 와인!

 포트스테판 와인은 이곳에서만 판매를 한다고 들었다. 그러기에 더욱 특별한 와인이다. 시드니를 떠나기 전 날에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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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희 이모는 투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짜인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포트스테판 투어를 하고 난 후 내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어땠어?‘
 이에 대한 답변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왔다.
  ’ 끝내주는 하루였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던 명희 이모는 포트스테판 투어를 신청하게 되었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얻게 되어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날씨가 맑음이었던 것도, 돌고래 친구들이 빼꼼하고 나타나준 것도, 재밌는 모래 썰매를 경험한 것도, 맛있는 와인을 찾은 것 모두 감사 또 감사하다.
 “나는 정말 럭키 명희야! “
행운과 행복은 늘 언제나 우리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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