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서 필요한 숫자 감각의 본질
written by, 이동훈
커머스 브랜드의 운영&마케팅 전문 프리랜서입니다.
커머스 브랜드의 핵심은 쾌적하게, 많이 파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브랜딩보다 판매를, 감도보다 효율을, 인지보다 수익을 목표로 일합니다.
Current. 커머스 브랜드 운영&마케팅 프리랜서
Former. 부스터스 DTC팀 팀장 / 블랭크 코퍼레이션 마케터 / CJ E&M 마케터
Index
1) 마케터라고 숫자를 다 잘 다루는 게 아니다.
2) 숫자 감각을 키우는 핵심 3가지
a. 구조 파악 - 사업의 비용구조를 파악하기
b. 상대화 - 지표를 항상 상대 값으로 파악하고 공유
c. 단순화 - 경중 판단에 따른 생략과 단순화
3) 숫자의 잦은 사용보다 더 중요한 건 구조화 • 상대화 • 단순화
오늘 이 글은 숫자를 좀 더 잘 다루고, 능숙해지고 싶은 마케터를 위해 쓴 글입니다. 짧게나마 업무에서 필요한 숫자 감각의 본질과 이를 키우는 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마케터와 숫자는 단짝 관계 같지만, 정작 숫자와 친하지 않은 마케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하고 6년 정도 다닌 엔터&미디어 쪽 회사에서는 마케터가 숫자를 다룰 일이 많이 없었습니다. 해당 직군이 매출과 같은 사업의 주요지표에 연관돼 있기 보다, 콘텐츠의 홍보와 제작환경 서포트에 집중했기 때문이었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지표 확인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온라인 채널이 메인인 시대도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제 마케터 생활의 절반은 숫자와 친하지 않은 기간이었고, 스타트업 커머스 업계로 이직하고 나서야 숫자 감각이 마케터의 필수 역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또, 스타트업에서 계속 일을 하며 다양한 동료들을 만나보니 마케팅 과정에서 명료한 숫자를 요구 받을 때 당혹스러워 하는 분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사실 숫자 감각은 마케터가 속한 업계나 상품 카테고리에 따라 필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문/매출과 같이 소비자의 주요 행동을 마케팅을 통해 다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숫자 감각은 ‘잘 파는 일’을 위한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가늠해보는 가장 좋은 방식이죠. 그렇다면 숫자 감각을 잘 기르고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숫자 감각에 대한 실체부터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실무 상황에서 숫자 감각이라는 말은 광범위하게 쓰이는 편입니다. 제 경험 상 아래 경우에 ‘숫자 감각이 있다’는 말이 자주 쓰이는 듯 합니다.
계산이 빠르다 : 즉각적인 지표 암산. 예상매출 산출, 적정 ROAS 산출 등
업무 공유시 숫자를 베이스로 소통한다 : 근거가 되는 00가 00%기 때문에 예상되는 지표는 0000이다.
충분히 논리적인 사고를 펼치는 분도 첫번째가 어려워서 ‘난 숫자 감각이 없어’ 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 계산이 빠르다고 사업에 필요한 숫자 감각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계산은 기계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입니다. 암산력이 마케팅 업무와 숫자 감각의 근본은 아니니까요.
좀 더 중요한 포인트는 두번째에 있습니다. 이쪽이 오늘 제가 말하려는 숫자 감각에 가깝습니다. 예측과 결과를 숫자와 논리로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업무에 구체성을 부여하는 것. 이는 암산력이나 수학 공식 응용력과는 무방합니다. 저는 이 감각에서 다음 3가지를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1. 구조 파악 - 사업의 비용구조에 대해 파악한다.
2. 상대화 - 지표를 상대값/비율값으로 파악하는 습관
3. 단순화 - 경중 판단에 따른 생략과 단순화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속한 조직/사업은 어느 정도의 돈을 들여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나를 파악하는 겁니다. 우리 회사가 파는 상품을 하나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 얼마를 쓰고 얼마나 남는지? 회사가 1년간 장사를 하면 원가/고정/변동비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발생하는지? 우리가 적자를 보지 않는 적정 수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이런 점을 알고 있어야 마케팅 업무를 해 나갈 때 가이드라인을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로 비용을 쓸 수 있을까? 이 비용은 시장에서 충분한 액션을 할 만한 규모인가? 만약 비용이 더 필요하다면 손실/비효율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하는가? 등,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초는 회사의 비용구조 파악에서부터 이뤄집니다.
물론 회사마다 정보를 공유하는 범위가 다릅니다. 재무상황이나 비용구조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인건비처럼 공유가 안되는 항목도 존재하지요. 다 알고 있다면 좋겠지만, 핵심은 모든 세부항목을 숙지하는 게 아니라, 내가 속한 사업이 돈을 버는 방식과 비용을 쓰는 방식을 파악하고 그 비율과 규모를 대략이라도 파악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체크하는 일입니다.
단순하게 ‘우린 전체 매출 대비 광고비 기준 ROAS 300%를 내야 손익분기가 달성된다!’라는 형태여도 상관없습니다. 매출 대비 33%까지 광고비를 사용할 수 있다면, 나머지 비용 총합은 얼추 67% 내외가 된다는 얘기니까요. 이 기준이 마케터와 조직 간에 공유되어 있어야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됩니다.
사진: Unsplash의Riho Kr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