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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글 Feb 03. 2023

사랑의 형태

인천공항에서

 윤상은 작년 여름부터 인천공항에  7번을 갔다.  일곱   여섯 번째의 인천공항 행에서 "해외에 나가지 않으면서 인천공항에 최단기간 제일 많이   사람" 단연코 대한민국에 본인밖에 없을 거라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그렇다. 윤상의 여자친구인 나는 작년 여름부터 인천공항에서  차례의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  번은  개월 동안의 여행,  이후의  번은 가족 여행, 마지막  번은 봉사라는 이름하에 나는 윤상의 픽업서비스를 받고 비행기에 탔다. 금번의 코트디부아르행에 앞서서도 출국장 게이트에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예의상 한  해본다.


"윤상, 이번엔 괜찮으니까 지-인짜 안 와도 돼."

", 그래. 알아서 ."


 윤상은 장난기 섞인 얼굴로 씨익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곤 열흘 후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린 인천공항 1층 도착게이트에서 그는 늘 있던 곳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럼 난 윤상의 목덜미 속에서 그리웠던 냄새를 맡고 그제야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온 사람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언젠가 안도의 한숨 대신 아뿔싸 했던 날이 있다. 삼사흘에 하루는 잠을 잘 못 자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런 날들 중 하루, 윤상을 잃어버리는 날을 상상하며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걱정할 것이 없어 그런 거나 생각하며 질질 짰다니 하고 이불을 걷어차게 하지만, 그 순간에는 내게 이렇게 소중해져 버린 것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내 생에 가장 슬프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날이었다. 그러다가 밝은 대낮에 윤상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잠들기 전 윤상의 살 냄새를 맡으면 이 세상 편안해지는 시간을 체험하며 내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찬란했던 날들 속에서  사랑의 형태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기도 했다. 마냥 촉촉하기만 했던 나의 사랑이 정체 모를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고, 어딘가에 부딪쳐 맥을  추기도 했고, 가시가 돋아 애먼 사람들을  찌르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나는  톨의 빈틈없는 완벽한 사랑과 구원을 머릿속에 그려보려 애썼다. '사랑하라,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어느 시인의   구절을 읊조리면서. 그리고,  세상에 완벽한 구원은 없다고 툴툴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있다. 망가진 만큼 혹은 그보다   구원을 받기도 한다는 . 사랑의 반죽은 웅덩이의 물에 힘입어  단단한 반죽이 되고, 상처에 부딪친 타박상은 남의 상처를 돌아볼  있는 힘을 갖게도 하고, 밖으로만 내보이던 가시는 이제 가슴에 품고 마음을 단단히   있는 사람이 되게도 한다. 며칠  공항에서 여느 때처럼  먼저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주는 너를 보며 바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기다려주고, 언제나   사랑을 내어주는 너와의 사랑에서 형태는  어떤 모양이든 상관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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