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호사와 유럽 간호사의 근무표
한국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시절, 매번 가슴 졸이며(?) 기다리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음 달의 근무일정이 짜인 근무표였다. 보통 월말이 되기 1주쯤 전에, 혹은 더 일찍 다음 달의 근무표를 받아볼 수 있고는 했었는데 아무래도 병원은 24시간 돌아가고, 간호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근무표를 만드시던 수간호사 선생님들이 머리를 싸매고 근무표를 만드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한 근무번에 신규간호사들만 근무를 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밤을 새우는 나이트 근무를 한 뒤에는 최소 얼마 이상의 휴일이 주어져야 하고, 연달아 밤샘근무를 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간호사들은 보통 3교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데이(오전 7시~오후 3시), 이브닝(오후 3시~오후 11시) 그리고 나이트(오후 11시~다음날 오전 7시) 근무를 돌아가며 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근무가 곤란한 날이 있기도 하고 혹은 선호하는 근무 시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 일정이 짜이기 1주쯤 전부터 빈 종이에 원하는 근무 혹은 원하는 휴일을 기록해 두면 대부분의 경우 수간호사 선생님들께서 고려해 주신다.
그렇지만 종종 한 날짜에 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몰리기도 하고, 혹은 사정이 있어 특정 근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기 때문에 (주로 일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특정 요일에 학교를 가기 때문에 근무를 하기 어렵고, 임신을 한 간호사의 경우 밤근무를 하지 않는다.) 눈치껏 신청을 잘해야 하기 마련이다.
이건 아주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내가 근무했던 시절에는 신규 간호사들은 정말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근무를 신청할 수 없었고 (물론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종종 "요즘 신규들은 근무신청도 하네, 세상 많이 변했다"라는 등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밤을 새야 하는 나이트 근무가 나보다 선배 간호사에게 더 많을 경우 신규인 내가 '미리' 확인해 선배에게 선배의 나이트 근무를 내가 할 수 있도록 바꿔달라는 부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한국에서 근무를 했던 달에 소화했던 근무표이다. (D: 데이, E: 이브닝, N: 나이트, /: 휴일)
반면 유럽 현지로 넘어오고 나서는 자유롭게 근무를 신청하고, 종종 한 달치의 근무표를 원하는 대로 전부 신청하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병원은 12시간씩 근무를 하는 2교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데이(오전 7시~오후 7시), 나이트(오후 7시~오전 7시)로만 이루어져 있다. 아래에는 유럽현지에서의 근무표이다. (D: 데이, N: 나이트, /:휴일)
현실적으로 유럽과 한국의 병원 시스템과 간호사의 업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의 업무환경도 많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