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생각일기
육아를 하면서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자주 듣게 되었다.
예전에 클래식이라 하면 지루하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클래식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다.
어느 날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다 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오늘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라디오에서는 눈을 주제로 한 클래식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기를 안고 음악을 감상하면서 따뜻한 집에서 가족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했다.
취향이 바뀐다는 건 내가 그만큼 세상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는 것이고,
새롭게 생겨난 취향과 관련한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간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산과 육아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안 듣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된 나를 돌아보며 취향이 정반대로 옮겨간 지점들을 생각해 보았다.
회사를 다니고 3년 차부터인가 중국집에서 시켜 먹는 메뉴가 짜장면에서 짬뽕으로 바뀌었다.
회사에 들어가 고된 업무를 맡으면서 얽힌 속을 짬뽕 국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완전히 변화한 지점이기도 하다.
비빔냉면 파였던 내가 물냉면 파로 바뀌고 초콜릿케이크만 먹던 어린아이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의 맛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들어 소화기관이 안 좋아져서 속이 편한 음식을 찾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취향이 바뀐 순간에는 취향을 바꿔버릴 만큼 너무나 소중한 추억도 있었다.
아빠와 2인용 원형 테이블에 앉아 3대가 운영해 온 일본의 한 딸기 케이크집에서 케이크 한 개를 소중히 나눠먹던 추억처럼 말이다.
취향이 바뀌고 다양해지면서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이 되는 순간들을 경험하면서부터다.
지루했던 클래식 음악이 복잡했던 내 머릿속에 쉼표가 되기 시작했고,
친구가 없는듯한 아웃사이더 남편의 성향이 아기와 나에게 누구보다 최고의 아빠가 되었다.
일밖에 모르던 엄마가 미웠었던 유년 시절에서 지금 와서 보니 엄마는 독립적이고 멋진 커리어우먼이었고,
쿨한 육아와 교육방침 덕분에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최고의 엄마였다.
취향이 바뀐다는 건 정반대의 행복을 알게 되는 귀중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오늘따라 부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