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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우 Nov 03. 2023

부끄럼 많아야할 그를 소개합니다.

사색, 한 가지 색

 뒤틀린 시선에 하루종일 거울만 바라보더라도 스스로 더럽다고 냉정히 생각하지 못하고 썩어들어가는 비운의 그를 소개합니다. 그는 오늘도 칼날로 뒤덮인 포장지를 감싸고 사랑을 포용해줄 무의식의 그녀를 찾아 여정을 떠납니다. 그는 절대로 이 안위에서 벗어날 폭탄의 실마리에 대해선 크게 가당치 않습니다. 파멸이 찾아왔을 땐 누구보다 절망할 자신이 있으면서, 짧은 시간을 단서로 자신은 꼬리를 절대로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오만하며 꼬리를 엉성하게 자를 방법을 연구해가며 극(極)을 누립니다. 실패를 겪어보지 못한 안타까운 청년에겐 파국을 시험하며 눈빛의 목숨을 담보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혼자만의 연극을 토대로 빛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는 저승사자들에게 목덜미가 잡히는 건 개의치 않으면서 밧줄타기로 행복을 위해 자그마한 계획을 계산합니다. 다음에는 그가 직접 와서 후의 이야기를 전달할 겁니다. 이 이야기는 두 가지의 시기로 분절되어 불안을 시험한 후 결실을 맺어나갑니다. 양 옆의 시선을 주의하며 비극적인 상상으로 이야기가 여기서 끝맺음지을 상황을 토해내며 머릿속은 어지러워집니다.


 제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소개드린 온전한 저는 아닙니다. 오늘의 도전은 실패를 맞이했습니다. 항상 안타까움도 위로를 받으며 하루를 마칠 수 있지만, 마음 속에 크게 남아나지는 않습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오늘도 하루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온전한 제가 아닌 탓에 그리 길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미 거세를 당한 탓에 저에게는 남은 정기를 이용해서 남을 놀리고 싶은 마음조차 없습니다. 높은 확률로 복권은 당첨되지 않는 것이지만, 나의 기도는 점점 간절해지고 공허한 눈빛을 가진 저는 항상 마지막을 기약합니다. 그리고 눈빛이 돌아올 때면 나는 다시 자그마한 노잣돈을 가지고 복권을 다시 사러 여정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더 이상 저를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어둠이 종착지이며 오물로 더러워진 길가에 더 이상 기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가끔 주먹은 이렇게 외치지만, 여태까지 이 게임에서 승자가 주먹이 되지는 못합니다.


 저는 추악한 제가 되기 위해서 계속해서 저를 갈구하고, 혐오하고, 그 순간마다 갈망합니다. 완전히 탈피할 수 없다면 답답한 껍질 속에 갇힌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모습을 드러내는 게 나에게는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순간을 사랑하고, 눈빛을 사랑하고, 우연을 가장하여 상황을 가정하고 표정을 연기하며 가면을 반쯤 드러냈지만 온전히 나타나지는 못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순결을 잃어버렸지만 순수한 마음은 계속되는 저는, 저는 마음 속에서 눈물을 꾸욱 삼켜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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