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커피는 쓰기만 하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몰랐다. 라떼나, 프라푸치노 같은 것은 맛있었지만 당류가 너무 높아 자주 마실 수는 없어 주로 카페에 가면 주로 차를 시켰다.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에 대한 취향이 뚜렷한 사람들이 부러웠다. 뭔가 멋져 보였달까?? 그래서 나도 커피를 잘 알고 즐기고 싶었으나, 애초부터 나는 카페인이 너무 잘 받는 몸이라 하루에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셔도 머리가 아픈 사람이다. 그래서 주로 디카페인을 선택하거나, 커피 주문 시 한 샷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커피가 좋아졌다. 그 시작은 좋아하는 카페를 찾으면서부터다.
정말 우연히 인스타에서 집 근처 5분 거리에 있는 카페를 알게 되었다. 집이랑 가까웠지만, 평소 다니는 길이 아니라 그쪽에 카페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골목진 구석에 카페가 따뜻한 빛을 뿜으며 위치해 있었다.
보통 일반 카페는 아침부터 저녁 8-9시까지 하는데, 그 카페는 오후 느지막한 시간 3,4시에 열어 밤 11시, 12시까지 운영한다. 일단 카페가 심야식당처럼 늦게까지 영업한다는 것이 참 매력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장님이 선곡해 주시는 노래들이 참 좋다. LP판도 있고, CD플레이어도 있고, 카세트테이프도 있는데, 그 세 개를 돌아가며 틀어주신다. 노래들이 다 하나같이 나의 취향에 맞는 노래들이라 음악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보통 테이스팅 노트에 '다크초콜릿'이런 것이 쓰여있을 때 그 맛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고 내가 다크 초콜릿을 한 입 깨물어 먹는 느낌. 커피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그 이후부터 커피가 좋아졌다. 스페셜티 커피 유명한 곳 한두 군데를 찾아가 보게 되고, 맛을 음미해 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여유였던 것 같다. 급하게 그냥 빠르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내 오감을 동원해서 천천히 즐기며 맛을 찾아가는 과정. 앞으로 이러한 과정을 배워가며 더욱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