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3/7
2024/10/29
살아있는 사람은 예외 없이 경제활동을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조달해서 필요한 것을 사서 소비함으로써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우리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거래입니다. 시장 경제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점점 많은 것을 거래를 통하여 소비하게 됩니다. 한 때는 거래 없이 주어지는 예로 사용되던 물 마시고 숨 쉬는 것까지 거래를 통해야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거래는 의사소통과 지불이라는 하부구조가 있어야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을 통하여 주고받는 가치에 합의에 이를 때 거래가 가능하게 됩니다. 돈의 단위로 가치를 표시하는 가격은 가치에 관한 한 아주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숫자 하나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
내가 받는 가치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거래가 완성됩니다. 돈이라는 것은 이 두 가지의 기능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돈이라는 것이 없다면 인류는 수렵 채취의 자급자족 상태에서 직립 보행하는 원숭이(homo erectus)로 머물러 있었을 것입니다.
지폐가 나오기까지는 금이나 은 같은 실물가치를 가지는 재료를 돈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런 재료는 갖고 다니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료의 공급에 따라 경제가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을 가집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발명품이 지폐입니다. 처음에는 돈 많은 부자가 발행하는 약속어음의 형태였습니다. 부자의 신용을 믿고 지폐가 유통되면서 거래가 훨씬 원활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발행하는 것은 엄청난 권력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개인의 신용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국가가 화폐 발행권을 접수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금과 같은 실물가치의 담보 위에 국가가 화폐를 발행했으나 이후에 국가의 신용만을 바탕으로 하는 법정 통화(legal tender, fiat currency)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국가 권력이 그만큼 더 커진 것입니다.
20세기에 이후에는 화폐 공급을 조절하여 경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매우 중요한 돈의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결국 부채인데 화폐 공급을 조절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 내에서 부채의 양을 조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경기가 닥치면 금리를 낮추어서 돈 빌리는 것을 용이하게 하여 화폐 공급을 증가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금리 정책이 잘 먹혀들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국가채무를 인수하여 화폐 공급을 늘리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원시시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돈의 발전 역사를 조망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1997년 발간되었으니까 이 책이 그리는 미래가 오늘입니다. 변화가 너무 빠르니까 과거에서 그린 오늘의 모습은 여전히 옛날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