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혹독했다.
아이는 방학 때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훈련을 했고 일요일에는 트레이닝 센터에서 운동을 했다. 방학 때마다 주어지는 2~3일의 야구부 휴가도 올여름에는 대회 일정 때문에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휴가가 없어진 것, 포항에 가지 못하게 된 것, 월포해수욕장에서 놀지 못하고 구룡포의 '이렇게 된' 손을 보지 못하고 회를 잔뜩 먹고 아빠와 해변을 걷지 못하게 된 것을 슬퍼했다. 휴가 기간에 경기에 출전하라는 결정에 분노했다.
"감독님이 너를 인정해 주신 거잖아. 네가 없으면 수비가 안 되니까 그런 거잖아. 기쁘게 생각해야 해."
기쁘게 생각하라니, 일 년에 단 두 번, 합쳐도 일주일이 안 되는 휴가 중 절반이 사라진 아이에게 이 무슨 망발인가. 그제라도 달래고 위로해야 하는데 나는 왜 답답하다 화가 나 버렸을까.
"너는 야구 선수가 무슨, 경기 나가는 게 중요하지, 그깟 휴가가 뭐라고, 경기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맨날 벤치에만 있는 애들도 있는데 너는, 감사한 줄 알아야지, 그깟 휴가 따위......"
"속상하다고."
아, 그렇지. 그건 정말 속상한 일이지. 그래도 야구 선수가......
"그냥, 속상하다고." 아이는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우는 게 더 미안했다. 야구 선수이기 전에 아이다. 아직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작고 어린아이.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방학이 끝나고 첫 수업 시간에 방학을 주제로 '진짜진짜가짜 게임'을 했는데 아이가 '나는 방학 때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라고 해서 반 아이들 모두를 속이는 데 성공했다며 좋아했다. 나도 함께 웃어 보였지만, 마음은 웃지 못했다. 다만 그 조그만 어깨를 안고, 아이가 좋아하는 카레를 먹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