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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권법센터 Sep 14. 2023

14.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야 할 때

법정에 나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증인 지원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재판에 나가서 '선서!'를 외치며 증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꽤나 멋있어 보입니다.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로재판에서 악한 사람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데 사이다 같은 증언을 하기도 하는 장면을 보면 통쾌하기도 합니다.



.증인이 뭔가요?


증인은 쉽게 말해 사람 그 자체가 증거인 경우를 말합니다. 물건이 증거인 경우에는 '증거물'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증거인 경우에 그 사람을 증인이라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피해자가 아닌 사람도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거나,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지만 증인으로 법정에 소환되기도 합니다. 사건의 중요한 서류를 다뤘던 사람이나, 사건의 중요한 장면을 신고하거나 신고받았던 사람도 모두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증인은 어떻게 재판에 나오나요?


형사재판에도 민사재판에도 모두 증인신문이 있습니다. 증인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서만 나오는 말입니다. '내가 너의 증인이 되어줄께' 약속한다고 바로 증인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재판에서 재판의 당사자 중 한 쪽이 재판부에 증인으로 신청을 하고 재판부에서 신청한 쪽의 상대방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 증인으로 받아들여야 증인으로 법정에 설 수 있습니다. 증인신청을 한다고 재판부에서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소문을 들었던 사람, 그 장면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사람 등 불러봤자 사건을 이해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증인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증인으로 나가서 증언을 하면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봉투에 담긴 돈을 받습니다. 왔다갔다 차비로 쓴 돈과 시간을 보전해주는 의미입니다. 



.증인소환장이 뭔가요?


재판부에서 어떤 사람을 증인으로 선정되면, 증인 신청서에 써 있는 주소로 증인 소환장을 보냅니다.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에서 누구에 대한 어떤 재판이 열리는데,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입니다. 중요한 우편물이기 때문에 일반우편이 아닌 등기우편으로 배달이 되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증인소환장이 반송되기도 합니다. 증인소환장은 꼭 본인이 아니라 같이 사는 가족(집으로 배달이 오는 경우)이나, 직장 동료(직장으로 배달이 오는 경우)가 받아도 받은 것으로 처리되기도 하죠. 대체로 증인으로 신청되는 사람은 신청하는 당사자쪽에서 미리 소통을 해 놓는 편인데요, 그 과정에서 증인으로 소환될 사람이 집주소나 직장주소로 소환장을 받길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안전한 주소(예를 들어 신청자의 변호사 사무실 등)를 증인신청서에 적어서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수령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본인이 소환장을 받는 것이 기본이긴 합니다. 



.피해자가 증인으로 소환되는 경우


형사사건에서 피해자는 중요한 사람이지만, 재판의 당사자는 아닙니다.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고인이 당사자입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조서나 진술서,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녹화물과 그 영상녹화물의 속기록은 모두 피고인의 동의가 있어야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이러한 문서나 영상을 증거로 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서 자신이 사실대로 진술하고 적은 것이 맞다고 인정해야 비로소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그 전에는 재판을 하는 판사가 그 문서나 영상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증인으로 재판에 나가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증인으로 나가면 하는 일


증인으로 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진술조서나 진술서, 영상녹화물이 사실대로 잘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만하고 바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증인에게 묻고 답하는 것을 '증인신문'이라고 하는데요, 이 증인신문이 바로 증인소환의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예를들어 형사사건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쪽은 거의 대부분 '검찰 측'인데요, 왜냐하면 피고인(가해자)이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무언가를 증거로 쓰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그것들을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 피해자의 증언이 필요한 쪽이 검찰쪽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대에 서면 먼저 '양심에 따라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만약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멩세합니다.'라는 선서를 합니다. 그리고 증인을 부른 쪽(대개 검찰 쪽)에서 먼저 증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이 순서에서는 피해자가 이미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물어보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검찰의 질문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피고인측의 질문이 시작됩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죄가 아예 인정되지 않거나 적게 인정되길 원하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거북하고 불쾌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꼭 넘어야 할 산입니다. 이렇게 피고인쪽이 물어볼 질문을 다 물어본 후 필요한 경우에만 검찰 쪽에서 추가로 몇 가지 더 물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님이 증인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면 물어본 후 종종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라고 진술할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피해자로서 사건을 겪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꼭 판결을 내리는 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진술은 공판조서에 기재되는 중요한 진술입니다. 



.증인으로 나가기 무서울 때 (증인지원 신청)


증인소환장을 받으면 함께 딸려오는 종이 중에 '증인지원 신청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혹시 그 종이가 소환장과 같이 오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법원 웹사이트를 통해서 '증인지원 신청서'를 다운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증인지원 신청서 안에는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에서 열리는 무슨 재판에서 증인 000에 대한 증인 지원을 해 달라는 내용을 적을 수 있습니다. 


증인 지원의 내용도 여러가지 인데요, (1) 법원에 도착하면 일반 입구가 아니라 증인지원실로 바로 갈 수 있는 입구를 통해 증인지원관과 함께 이동할 수 있고요, (2) 증인지원실에 들어가 마음의 안정을 취하며 재판정이 어떻게 생겼는지, 순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증인지원관으로부터 자세히 설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실제 재판에 들어가는 길도 피고인이나 방청객이 다니는 통로가 아니라 판사와 검사만 다닐 수 있는 법정 뒤편의 통로로 들어가고, 증언이 다 끝나면 다시 그 길로 나와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습니다. (4) 법정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보고싶지 않거나 피고인과 마주치는 것이 무서울 때는 피고인을 법정 바깥으로 나가게 하고 법정 안에서 들리는 소리만 헤드폰으로 듣게 할 수도 있습니다(법정 안에서 증인이 뭐라고 대답하는 지 피고인이 듣는 것은 증인신문을 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못 듣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나아가 (5) 재판이 끝난 다음에 재판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받거나 판결문을 주소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인지원을 받고 싶은 사람은 증인지원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그런데 낸다고 무조건 증인지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담당 재판부에서 증인지원을 할지 말지 결정을 해 줘야 증인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증인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면 법원에 설치되어 있는 증인지원실을 통해 물어보면 됩니다. 





증인으로 자신이 당한 일에 직접 나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쩌면 나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건의 진실을 가장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증인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차분히 증인신문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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