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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권법센터 Dec 28. 2023

17. 보완수사요구? 그게 뭔가요?

-송치? 송부? 불송치? 재수사요청? 보완수사요구? 어렵다!!

형사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되면 어떤 흐름을 따라서 사건이 진행되는지 지난 글에서 찬찬히 살펴보았는데요, 그나마 경찰 단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검찰 단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어렵고 혼란스럽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최근에 많이 생겼거든요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불송치'라는 말이 생긴 것은 여러 번 알려드렸죠. 그것 말고도 '송치'라는 말과 '송부'라는 말이 구별돼서 쓰이고 있고, '재수사요구'라는 말과 '보완수사요구'라는 말도 구별돼서 쓰이고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하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이 글을 통해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새로운 용어를 할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용어를 외우려기 보다는 그 용어가 탄생하게 된 제도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것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를 통해서 한 번쯤 접해보셨을 것 같아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사건을 마무리할 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해진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검경수사권조정 전에는 검사가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 딱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모든 사건을 일차적으로 수사해서 검찰에 전부 송치해야 했지요. 만약 한 사람이 5개의 죄를 저지른 것 같아서 수사를 하는데, 2개는 혐의가 있어 보이고 3개는 혐의가 없어 보이면 2개는 혐의있음 의견으로, 3개는 무혐의 의견으로 적어서 사건 전체를 송치했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처음부터 송치될 때까지 어떻게 사건이 수사되었나 찬찬히 읽어보면서 제대로 수사가 안 된 부분이 있으면 '수사지휘'를 통해서 무슨 내용을 언제까지 추가 수사해서 보내달라고 경찰을 지휘할 수 있었죠. 


중요한 것은 경찰에 수사지휘를 보낸 사건도 송치받은 그 검사실의 사건으로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경찰로부터 재송치가 늦어지면 수사지휘를 한 검사가 사건 처리할 시간을 까먹는 구조가 있었습니다. 검사가 오래 사건을 묵혀두고 있으면 업무 평가에 좋지 않기 때문에 경찰에서 제대로 수사지휘 내용을 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검사가 얼른 다시 사건을 가져와서 직접 부족한 증거를 수사하면서 사건 처리를 빨리빨리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검경수사권조정 후에는 수사의 책임자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경찰은 일차적으로 수사를 해서 자기가 보기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만 검찰에 송치합니다. 나머지 혐의가 없는 부분은 직접 불송치결정을 내립니다. 만약 한 사람이 5개의 죄를 저지른 것 같아서 수사를 하는데, 2개는 혐의가 있어 보이고 3개는 혐의가 없어 보이면 2개 부분만 검찰에 송치하고, 3개 부분은 불송치결정을 한 다음 검찰에 송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만 송치를 받은 검찰 입장에서는 사건 파악을 하기 수월할까요? 검찰이 송치된 기록을 읽어보다가 제대로 수사가 안 된 부분이 보이면 이제는 더 이상 '수사지휘'를 할 수 없습니다. '보완수사요구'만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부탁입니다. 보완수사요구는 잘 이행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경찰입장에서는 지금도 새로운 사건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보완수사하라고 돌아오는 사건까지 볼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이미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서 검찰청에 보내버린 사건인데 보완하라고 기록이 되돌아오면 달갑기나 할까요.   


그리고 여기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번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보완수사요구를 경찰에 보내버리면, 그 사건은 더 이상 그 검사실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경찰이 보완수사를 해서 다시 검찰로 보내도 그 다시 돌아온 사건이 맨 처음 들어갔던 그 검사실로 들어가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고 볼 만큼 손쉽게 사건 처리에 대한 중압감에서 해방될 수 있죠. 보완수사를 재촉할 이유도 없습니다. 다시 검찰청으로 돌아온 그 같은 사건은 새 검찰 사건번호를 받습니다. 보완수사요구를 보냈다가 돌아올 때마다 사건번호가 바뀝니다. 이렇게 몇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몇 개월에서 몇 년이 허무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 어딘가에 붕 떠버려서 사라지는 일도 간혹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불송치결정을 내린 부분은 기록의 등본(복사본)만 검찰청에 '송부'합니다. 이렇게 송부된 기록을 검찰이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 같은 경우, 역시 '보완수사요구'만 경찰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경찰에서 결론(불송치결정)을 내린 사건인데(그러니까 검찰 책임도 아닌 사건인데), 복사된 기록만 읽고 그 안에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을 검찰이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은 한강물에 맨손으로 손을 넣어 물고기를 잡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아요. 


이런 검경수사권조정의 문제점을 보완한답시고 '재수사요청'이라는 제도를 두긴 두었습니다. (1) 인권침해 수사, 또는 (2) 법령위반 수사, 또는 (3) 현저한 권한남용 수사라고 보이면 검찰은 경찰에게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딱 한 번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한 번의 재수사요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해당 경찰을 징계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외에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죠.



자, 이제 불송치와 송치, 송부와 송치, 보완수사와 재수사가 어떤 차이가 있는 용어인지 조금 감이 잡히시나요?


여기에 2023년 11월부터 시행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 내용을 함께 알려드립니다. 위에 언급한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려고 법무부에서 바꾼 것인데요.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하 수 있습니다. 


먼저, 기한이 생겼습니다. 이제부터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를 하려면 사건 기록을 송치받거나 송부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보완수사요구를 해야 합니다. 이 보완수사요구를 받은 경찰은 3개월 안에 보완해서 다시 검찰로 보내야 하고요. 


둘째, 검찰이 경찰의 (1) 인권침해 (2) 법령위반 (3) 현저한 수사권남용으로 인해 경찰에 재수사요청을 했는데 감감무소식인 경우라면 아예 '송치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건을 경찰에서 검찰로 가져와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세 번째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 것입니다. 원래는 검찰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다가 물증이나 진술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더라도 원칙적으로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를 보내야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앞서 살펴본 여러 문제가 생겼고요. 그래서 이번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만 보낼 것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도록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대로인 것도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여전히 없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만 가능합니다. 경찰의 불송치결정권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최종 책임자가 불분명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원칙이 되었다는 것이지 무조건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 해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보완수사요구로 손쉽게 사건을 그 검사실에서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지금 사건 기록이 어디에 가 있는지에 따라 생각하면 쉬워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어요' 하면 검찰에 연락하고,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요구 보냈어요' 하면 경찰에 연락합니다. 다시 경찰이 '보완수사요구 온 것 다시 수사해서 검찰에 보냈어요' 하면 검찰에 연락하면 됩니다. 


경찰에 담당 수사관과 어떻게 연락을 할 지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자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경찰 민원실이 아니라 담당 수사관과 연락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검찰은 1301 콜센터로 연락을 합니다. 내가 이 사건의 피해자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팩스로 보내면 콜센터에서 확인하고 무슨 검찰청, 검찰 사건번호, 담당 검사 이름과 검사실 전화번호를 알려줍니다. 그때 잘 듣고 적어두었다가 앞으로는 그리로 연락을 하면 됩니다. 



사건이 늘어지고 어디에 연락할지 혼란스럽더라도 사건은 언젠가는 꼭 처리됩니다. 전전긍긍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본인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범죄자에게 줄 수 있는 좋은 대응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매일 작은 웃음으로 조금씩 채우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쉽게 설명한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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