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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꽁어멈 Jun 08. 2023

본격적인 항암치료 전 할일이 많아요.




워밍업 항암 3일차에는 며칠째 잠을 못 자던 귀요미가 새벽에 소변 마렵다는 얘기도 못한 채 깊이 잠들어 침대에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수액량이 많다 보니 소변량도 많아서 새벽에 3번이나 실수를 했는데 감염 우려가 있어 청결에 신경 써야 하다 보니 락스 희석한 물수건으로 침대를 싹 닦아내고 시트를 새로 교체해 주고, 귀요미 옷 갈아입히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더니 저도 지칠 대로 지쳤어요.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받아줘야 하지만 저도 잠을 거의 못 잔 채로 곁을 지키다 보니 벌써부터 체력이 바닥이 되어가는데 귀요미는 스스로 창피한지 짜증을 심하게 내고 계속 울기만 합니다.


간신히 제 감정을 추스르고 잘 다독여봐도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짜증과 울음을 너무 보여 주치의 선생님이 오셨을 때 여쭤보았더니 아주 흔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좀 큰 아이들은 우울증이 와서 말도 잘 안 하고, 잘 웃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귀요미는 아직 어려 울음으로라도 감정 표현을 하고 있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 되겠어요.


워밍업 항암 5일차에는 다음날 있을 케모포트 삽입을 위해 심장초음파를 하고 이발을 했어요.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의 빡빡이 모습을 보니 또다시 눈물이 쏟아집니다.

아이도 자기의 모습에 충격받은 표정이기에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잘 놀아주면서 일부러 웃고 장난쳐가며 셀카를 남겨보았어요.



빡빡이 모습으로 해맑게 웃는 사진이 제 가슴에는 평생 상처로 남을 거 같아요.

지금도 사진만 보면 울컥하는 거 보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다 맞는 건 아닌가 봅니다.


워밍업 6일차에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항암치료에 앞서 가슴 부위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전신마취를 해야 했는데, 포트 삽입은 무사히 마쳤으나 깨어나 부작용으로 구토를 한 뒤 축 처져있어요.


입원 당일 백혈구 수치가 38만을 훌쩍 넘었던 터라 수치가 너무 높아서 워밍업 항암 중에 잘못될 수도 있었는데 잘 버텨줘서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곧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시작한다고 해요.

오전 회진 때 의료진의 말이 이제부터 진짜가 시작되는 거라며 지금까지도 이미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버텨줬으니 귀요미는 앞으로의 힘든 과정들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으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이날만큼은 슬픔이 아닌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아이가 놀라 토끼 눈을 해서 저를 바라봤는데, 기뻐서 운다는 엄마 말에 이해는 되지 않지만 슬픈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 금세 편안해진 얼굴이에요.


우리 공주님 화이팅입니다.

울보 엄마도 화이팅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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