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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l 11. 2023

어댑티브 리더십

조직의 일개 구성원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매년 여름이 되면 방학을 맞아 학부생 혹은 대학원생 인턴을 고용한다. 올해는 내 데이터 프로덕트를 위해 일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턴을 채용했는데 자그마치 2021학번 학부생이다. 학번이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 태어난 아이들과 한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날이 왔다니. 


큰 기대도 바람도 없이 그냥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21학번 인턴과 첫 미팅을 가졌다.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배경과 히스토리, 현재 뉴욕 시장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앞으로 예측되는 정책의 변화/챌린지 등을 설명해 줬다. 근데 이게 웬일, 단 30분의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예사롭지 않다. CS를 전공하는 공대 남학생이 이렇게 사회 문제와 정책을 재빨리 이해하고 이런 좋은 질문을 던지다고? 굉장히 똑똑한 인턴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첫 미팅은 서막에 불과할 뿐, 이제 함께 일한 지 3주가 되어 가는데 그의 엔지니어 스킬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너무 말이 안 되게 코드를 빨리 잘 작성할 뿐 만 아니라,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의사 소통하는 방식까지 백점 만점에 백점이다. 아니 만 19세가 어떻게 일을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약간의 위기의식과 다음 세대에 대한 희망이 뒤섞여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댑티브 리더십>이라는 책을 리뷰하는데 서론이 매우 길었다. 여름 인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책이 결국 조직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름 인턴의 열정과 스마트함은 나에게 '변화'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라와 업계를 가리지 않고 어느 조직이나 구성원의 평균 연령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열정과 의지에 능력까지 있는 어린 친구들은 조직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서도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없다. 많은 질문이 마음속에서 떠올랐다. 


나의 조직은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기존 문화를 학습하기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친구들이 특히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 문화는 무엇인가?    

그들이 가지고 온 새로운 에너지를 현재의 조직 문화는 얼마나 인정하고 흡수하고 있는가?

이 친구들과 비교하여 나의 경쟁력은 무엇이 될 것인가?  


변화를 인지하고 느꼈다면, 파고들어 더 자세히 바라보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댑티브 리더십>은 이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좋은 질문들로 구성된 책이다. 혼자라면 그냥 경영학 텍스트 보듯이 쓱 읽고 끝냈을 텐데, 창고살롱 소모임 덕분에 더 꼼꼼하게 내 현실에 적용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전체적인 개요를 소개하고 2권-5권은 외부의 시스템을 진단, 변화를 만드는 법, 그리고 나를 진단하고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확장하는 법으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1. 발코니에 올라 - 변화를 이해하라 

2. 방 안의 코끼리 - 시스템을 진단하라

3. 시스템의 온도 - 시스템을 움직이라

4. 내면의 현 - 나를 들여다보라

5. 나만의 실험실 - 나를 실험하라


조직에 생긴 변화에 대응할 때만 이 책이 유용한 것은 아니다. 나의 일하는 방식과 사고가 조직에 먹혀들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어댑티브 리더십>은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질문들을 바탕으로 조직과 나를 이해한다면 조직 내에서 나의 브랜딩을 구축해 나가고 결국 어떻게 조직을 설득할 수 있을지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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